수요집회에 참여한 중국 대학생, 자국에는 없는 모습에 놀랍다는 반응 보여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대로에서 평화나비가 수요집회를 주관하고 있다.

지난 12·28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됐다. 하지만 그 이전부터 꾸준히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온 사람들이 있다. 직접 목소리를 내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단체, 그리고 여러 단체의 활동을 재정적으로 돕는 브랜드 등 다양한 형태의 손길이 있다.과연 우리와 같은 일본군 ‘위안부’의 피해국인 중국의 활동도 우리나라와 같을까?
 

우리나라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이하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로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가 대표적이다. 정대협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2년 1월부터 매주 정기 수요집회를 주최하고 있다. 그들이 내는 목소리는 어느덧 25년째 이어지고 있다.

집회에 처음 참여한 중국 학생

지난 2월 22일, 일본 대사관을 바라보고 앉아 있는 소녀상 옆에서는 어김없이 수요집회가 진행됐다. 어느새 일상이 된 수요집회가 과연 다른 피해국 국민에게는 어떻게 비칠까?
우리학교 중국인 교환학생인 왕지루(길림대14) 양과 함께 제1271차 수요집회에 참여했다. 그녀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을 해보는 것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왕 양은 집회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잘 모른 채 소녀상으로 향했다. 눈이 비로 바뀌는 악천후에도 소녀상 곁에는 100여 명이나 모여 있었다. 중국에는 집회문화가 거의 없기 때문에 왕지루 양은 “집회를 위해 이렇게 많이 모이는 건 처음 본다”며 놀라워했다.
집회는 윤미향 정대협 공동대표의 경과보고, 참가단체 소개와 시민들의 자유발언 순서로 진행됐다. 집회에는 지역 곳곳의 다양한 단체가 참가했는데 그중에서도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배우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일본 홋카이도 기독교단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자신들을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전쟁을 일으키는데 협력했던 단체라고 소개했다.
이어 “집회참여 전날, 한국에 계신 위안부 피해할머니들을 만났다”며 “일본의 진정한 사과를 위해 끊임없이 활동하고 있는 모습을 마음 깊이 존경하게 됐다”고 전했다. 또한 “젊은 사람들이 많이 관심을 가지는 것도 용기와 희망을 주는 행동”이라며 “일본에 돌아가서도 함께 손잡고 문제 해결을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발언을 집중해서 듣던 왕지루 양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매우 든든하게 생각할 것 같다”며 자국에서 볼 수 없는 장면에 놀라움을 전했다.
집회는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성명서 낭독’을 끝으로 종료됐다. 집회를 떠나려는 찰나, 태극기를 두른 한 중년 남성이 일본 대사관 쪽으로 “일본은 위안부 할머니께 진정한 사과를 하라”고 소리쳤다. 왕지루 양은 홀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외치는 시민의 모습에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왕 양은 “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면서도 “국민이 고군분투하며 목소리를 내도 정부에서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 점이 굉장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부가 직접 움직이는 중국

같은 피해국의 국민이지만 왕지루 양이 수요집회를 낯설게 느낀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에서는 집회 등의 집단 활동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전에 중국 공안기관에 집회신청서를 제출하면 되지만, 집회 자체에 대한 정부의 부정적 인식 때문에 대부분 허가가 나지 않는다.
한 중국인 학생은 “지난해 일본과 격렬한 영토 분쟁이 있었을 때, 정부가 자국을 위한 시민 집회였음에도 제재했다”고 덧붙였다.
그 결과, 중국에서 대부분의 활동은 개인 단위로 이루어진다. 왕지루 양은 “특히 자신의 SNS에 의견을 게시하는 등 정부에 해결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더욱이 중국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을 담은 책 ‘여상(女殤)’이 출간되기도 했으나, 이 또한 중국의 작가 두안루이추가 홀로 중국 전역의 위안부 피해자를 직접 찾아다닌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중국의 경우 시민 활동이 활발하지는 못하지만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다. 중국 정부는 얼마 전 ‘난징대학살’과 위안부 문제를 부인하는 서적을 객실에 비치해 논란이 일었던 도쿄 APA 호텔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여행업계에 지침을 내렸다. 
또한 한 중국인 유학생은 “중국은 ‘난징대학살’이 위안부 문제를 포함하는 가장 잊지 못할 인권유린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추모식에는 난징 대학살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기념관에 많은 국민이 몰린다”고 전했다. 중국의 여러 기념관은 유료로 입장해야 하지만 ‘난징대학살’을 알리기 위해 세워진 기념관은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해에는 중국 정부가 ‘난징대학살’과 더불어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행보를 보였다. 그 예로 중국에 처음으로 ‘평화의 소녀상’과 함께 위안부 관련 박물관이 세워지기도 했다.

그러나 왕지루 양은 “정부 차원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한국처럼 학생이나 국민이 직접 의견을 전달하려는 노력도 더욱 활발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시민들의 활동만 활발한 우리

우리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중국과 많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여러 시민단체가 위안부 문제를 잊지 않고 기리기 위해 물건을 제작·판매해 일상생활에서도 위안부 문제를 상기시킬 수 있도록 한다. 대표적인 브랜드로 ‘희움’과 ‘마리몬드’ 등이 있다.
희움의 경우, 판매 수익의 대부분을 시민단체 활동비용으로 사용하거나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운영에 사용한다. 마리몬드는 시민단체의 활동비뿐만 아니라 김복동 할머니의 미국 활동비도 지원한다. 또한 아시아 전쟁 피해자에게 생필품을 지원하는 사업에도 기금을 사용하며, 평화의 집 수리비 및 생필품 지원에도 기금을 아끼지 않고 있다.
좋은 취지에서 시작한 활동이지만 사람들이 브랜드조차 모르거나, 이름만 알뿐 세부적인 내용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차신혜(영어영문16) 양은 “이슈가 되면 기사를 읽는 정도라 브랜드가 있는지는 미처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희움과 마리몬드의 물건을 구매한 일부 소비자들은 수익명세를 공개함에도 불구하고 “판매수익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시민단체들의 자발적인 활동이어서 일부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홍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희움 관계자는 “대기업처럼 광고하는 게 불가능해서 SNS와 오프라인 부스 활동을 한다”며 “하지만 SNS 활동 마저 최근에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홍보가 부족한 이유를 밝혔다. 홍보 활동이 달리 없어 현재 브랜드의 인지도는 사람들의 관심에만 의존하고 있다.
위안부 문제를 알리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지만 결국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시민 모두의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 중국인 왕지루 양이 소녀상을 향해 첫발을 내디딘 것처럼 우리도 위안부 문제에 한 걸음 더 다가서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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