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민(법학16졸) 채널A 기자

2002년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4강 신화를 창조하며 사회가 모두 붉은 열망으로 물들었었다. 붉은악마들의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슬로건이 사회 전반의 분위기였다. 뭘 해도 될 것만 같은 분위기 속에 저마다의 ‘꿈’을 가졌던 우리는 2017년 봄을 맞이한다.

2002년 초등학생이 지금은 취업을 문턱에 두고 있고, 중·고학생들은 직장에서 미생으로 살고 있다. 그 당시 20대들이 지금은 결혼·육아라는 현실적 문제에 버거워하고, 30대는 어느새 40대 중반을 넘겨 가정의 무게를 온전히 짊어져야 하는, 그런 ‘헬조선’에 무겁게 서 있다.

뜨거웠던 그 꿈★은 헬조선에 대한 시뻘건 분노가 되어, 광화문 광장의 붉은 촛불로 번졌다. 지난해 11월, 12월 빠짐없이 촛불집회에 나가 취재를 하면서 많은 분노를 보았다. 최순실 딸 정유라의 입시프리패스에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 된 체육특기자, 출석 없이도 학점을 챙기는 정유라 와는 달리 아등바등 살아야 하는 학생들, 최순실 인사 농단으로 부당하게 꼬꾸라져야 했던 공직자들. 우리는 최순실 이라는 신분 구조 속에서 만들어진 헬조선의‘피해자’들에게 스스로를 투영했다. 그런 신분구조를 허락한 꼭두각시 대통령에게 분노했다.

‘헬조선’으로 기울어진 사회는 대통령이 바뀌고 정책들이 바뀐다고 해도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은 이 헬조선을 버티고 내일을 기약해야 하기 때문에 매일이 치열하다. 입학과 동시에 대기업 취업준비를 하고, 공무원시험을 준비한다. 그렇게 치열하게 산다고, ‘꿈’을 쫓고 있다고 말하는 후배들을 보면 대견하면서도 무척 안쓰럽다.

내 꿈은 기자였다. 그리고 지금은 4년 차 기자다. 어려서부터 꿈이 있다고 자랑했고 꿈을 이뤘다고 자부했다. 그런데 지금 나는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다시 생각해보자. 내 꿈은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기자’였다. 거창하게 말하면 정의실현일 테지만, 사실 소박하게 약자들의 아픔을 전달하고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기사를 쓰는 기자가 되고 싶었다. 나는 ‘어떤’ 기자가 될지를 잊고, ‘기자’에 매몰돼서 살았다. 깨닫기만 3년이 걸렸다.

봄이 오는 동악엔, 벚꽃이 아름답게 흩날리는 동악엔 꿈이 가득했으면 한다. ‘삼성’이 꿈이고, ‘현대’가 꿈이고, 회계사·변호사·경찰이 꿈인, 언젠가 사라질 그런 꿈 말고 조금 더 구체적인 꿈 말이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