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적으로 재단과 협력해 수익사업을 펴겠다.”

“재정의 확충을 위해 다각도로 연구할 것이며 법인의 유휴자산을 활용하는 방법도 강구하겠다.”

우리대학 총장이나 이사장 취임식에 항상 등장하는 문구다. 사립대학의 총장이나 이사장 취임사에서 흔히 볼 수도 있는 문구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우리 대학의 현실에 비춰보면 더 눈길이 간다.

올해 우리대학 등록금이 동결됨에 따라 학교 교육환경 정비에 필요한 예산도 동결됐다. 그 결과, 개선이 필요한 전체 6곳의 화장실 중 4곳에서만 공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학생들의 안전과 직결된 일부 과학관의 시설 보수는 후순위로 밀렸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의아하다. 연간 천만 원에 가까 운 등록금을 내고 있는 상황인데 왜 화장실 수리는 물론 이고 학생들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것일까.

우리대학의 전체예산 중 학생들의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65% 정도다. 교육부가 권고한 수준인 70%에 비하면 낮은 수치이긴 하지만 전체 학교 예산에서 학생들의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고 봐야 한다.

예산팀 이용택 과장은 “다른 사립대학의 기업재단에 비해 종교재단이 지니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며 “재단의 형편에 따라 매년 5억에서 10억의 경상비 전입금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밝혔다. 즉, 우리대학은 학생등록금에 재정을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학교는 전체예산 중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고정비용을 제외하면 실제로 운용할 수 있는 잉여예산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용택 과장은 “대학은 사람으로 움직이는 곳이라 인건비 지출비율이 상당하다”며 “전체 예산으로 인건비와 학교 운영비, 학생 장학금 등을 지출하면 빠듯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사립대학들이 쌓아두고 있다는 대학적립금을 사용할 수는 없는 것일까. 실제로 일부 사립대학의 경우 대학적립금으로 수천억 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대학은 적립금이 400억 원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학생 장학금 등 목적이 정해진 금액 등을 제외하면 쓸 수 있는 돈은 50억 원에 불과하다.

등록금을 올리면 정부지원금을 받을 수 없게 되고, 재단으로부터의 경상비 전입금은 미약하다 보니 남은 방법은 기부금에 의존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부금 역시 사회 전체 분위기에 따라 매년 그 규모가 달라지는 등 불확실하다.

서울 소재 사립대학들은 어려운 재정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찾고 있다. 건국대는 유제품 사업을 통해 연간 1,000억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그 이익금을 모두 교육재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연세대 역시 2012년 대학 자체 기술을 상용화하거나 기업과 공동연구를 통해 600억 이상의 순수산학협력 수입을 올렸다.

가장 많은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사학으로 꼽히는 우리대학의 현실은 어떤가. 총장과 이사장의 취임사에서 ‘유휴재산 활용방안을 찾아보겠다’는 문구가 되풀이될 뿐이다.

각종 정부규제로 유휴재산 활용이 어렵다는 점도, 사학으로서 수익사업을 펴기 쉽지 않은 상황도 납득이 간다. 그러나 그러는 사이 학생들의 교육 환경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등록금을 올려 학생들에게 부담을 더 지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제 학교가 나설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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