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우 민주언론시민연합

지난해 12월 9일 탄핵 소추안이 통과되고 탄핵 반대 집회가 시작되자, 지상파 3사의 집회 보도에서 ‘촛불집회 vs 태극기 집회’라는 대결 구도가 단단한 프레임으로 자리 잡았다. 지상파 3사는 약속이나 한 듯 양측 집회에 정확히 같은 보도량을 할애하면서 ‘기계적 중립’을 지켰다. 그러다 보니 촛불집회와 탄핵 반대 집회가 같은 규모, 같은 정당성, 같은 목소리를 지닌 것으로 비춰졌다.

실제로 지난 2월 11일 촛불집회 당시 보도를 보면 이런 양상이 뚜렷하다. 지상파 3사 뉴스가 ‘촛불 vs 태극기’라는 갈등 양상을 보여주기만 했다. 보도의 흐름과 구성도 똑같다. 탄핵 촉구 집회, 탄핵 반대 집회, 정치권 집회 참여 순으로 보도가 나왔다. KBS와 MBC는 각 흐름마다 한 꼭지, SBS가 두 꼭지를 보도한 것만 다르다.

이렇게 촛불과 탄핵 반대 집회를 동일한 비중으로 다루는 보도 양상의 가장 큰 맹점은 탄핵 반대 집회 측에서 나오는 비상식적 주장들이 아무런 비판의식 없이 전달된다는 점이다.

특검 조사와 진행 중인 재판들로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사유는 대부분 사실로 입증되고 있다. 증거가 있는 탄핵을 음모로 몰고 심지어 ‘종북과의 전쟁’, ‘국가 반란행위’까지 언급하는 탄핵 반대 측의 주장은 반드시 여과의 과정을 거쳐 보도되어야 한다. 공정성을 빌미로 정당한 촛불집회의 요구와 똑같은 비중으로 일단 싣고 볼 사안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2015년 3월 KBS는 ‘공정성 가이드라인’ 발표하며 공정성을 “비례적이거나 산술적인 균형 또는 외견상의 중립성에 의해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권력에 대한 맹종이나 맹목적인 비판에 대해 주의한다”고 규정했다. 스스로 이렇게 규정을 해놓고 ‘권력에 대한 맹종’에 해당하는 탄핵 반대 집회 측 주장을 버젓이 대변해주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한 걸음 더 들어간 집회 보도가 필요하다. 굳이 기계적 중립을 지키고 싶다면 집회에 어떤 사람들이 참여했고 그들이 어째서 참여했으며, 어떤 주장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의 주장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짚어줘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2월 10일, 4건의 보도로 자유총연맹의 ‘관제데모 의혹’을 짚은 JTBC는 귀감이 된다.

지상파 3사 중 해당 의혹을 다룬 방송사는 없다. 단지 이쪽에서 이런 집회가, 저쪽에서 저런 집회가 진행됐다는 식의 보도는 사실상 아무런 정보도 담지 않을 뿐 아니라, 탄핵 반대 세력의 주장에 정당성을 부여해 줄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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