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기판 화살표가 세 대학 여덞 가지 메뉴의 평균값인 3,100원을 가리키고 있다) 왼쪽부터 외대 학식(상추제육덮밥, 오징어불고기덮밥), 우리대학 학식(오므라이스, 만두전골, 닭칼국수), 세종대 학식(소금구이덮밥, 육회비빔밥). 2,000원 값의 외대 학식과 3,000원부터 3,300원 가격대의 우리대학 학식 그리고 3,500원부터 4,500원의 세종대 학식을 알아봤다.

최근 SNS상에서 몇몇 학생식당이 값싸고 질 좋은 메뉴로 주목받고 있다. 본지에서는 학생식당 맛집으로 주로 언급되는 한국외국어대학교(이하 외대), 우리대학 그리고 세종대학교(이하 세종대)를 취재했다. 같은 치즈돈까스라 해도 외대는 2,500원, 우리대학은 3,500원, 세종대는 4,500원으로 책정돼있다. 이런 가격 차이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외대를 만나면 학식이 보인다

외대의 학생식당은 이미 여러 미디어 매체에서 값싸고 맛있는 음식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현재 외대는 (학교 산하의) 직영으로 학생식당만 운영하고 있다. 외대 학생식당 관계자는 기숙사 근처에 외부업체를 들였었다. 그러나 직영식당의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학생들이 직영식당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외대의 학생식당 메뉴들은 타 대학과 비교해 저렴한 가격으로 눈길을 끈다. 외대 학생식당 관계자는 “학내 서점과 매점에서 얻는 수익을 지원받아 기타 비용을 절감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음식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외대는 8년간 동결해온 음식 가격을 최고 300원 인상했다. 그러나 여전히 타대학에 견주어도 저렴한 가격과 좋은 품질로 각광받고 있다. 외대 노일현(로스쿨 석사 4학기) 학생은 “가격이 올랐지만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고 맛있게 먹고 있다. 양이 적으면 추가로 더 주신다”고 말했다.

또한 외대 김화민(영어학과12) 학생은 “4년째 학식을 먹고 있지만, 맛과 가격에 실망한 적 없다”고 말하며 여전히 학식에 만족한 모습을 보였다.

이용자의 높은 만족도를 유지하는 배경에는 외대 영양사와 조리사의 헌신이 담겨 있었다. 외대 학생식당 관계자는 “학생들에게 정성 담긴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냉동제품을 쓰지 않는다. 대표적인 메뉴로 수제 치즈 돈까스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학생식당 홍보에 투자하기보다 돈까스, 제육 덮밥 등 학생들이 더 선호할만한 음식을 선별해서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 학생은 “조금 가격을 높이더라도 다양한 음식을 먹고 싶다”며 메뉴의 다양성 부족에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외대 학생식당 관계자는 “아무래도 작업량이 많아 메뉴를 다양화하기는 어렵다”며 “영양사, 조리사와 협의하여 신중히 메뉴를 추가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외대 학생식당의 한 관계자는 “외대에서 20년 동안 일을 했지만 한 번도 인테리어 공사를 하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외대에서 만났던 몇몇 학생들 역시 “점심시간처럼 사람이 몰리는 시간에는 자리 잡기가 힘들다”며 식당 증축 희망 의사를 전했다.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 생협

작년 9월, 우리대학 문화관 지하 1층에 있던 라운지 오(Lounge O) 자리에 가든 쿡(Garden Cook)이 입점했다.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 정이교 지원팀장은 “계약이 끝나 라운지 오가 철수하게 돼 학교가 생협에 입점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또한 원흥관 7층 옥상에 자리했던 아리수는 건축법 규제위반문제로 폐점했다. 따라서 우리대학 학생식당은 총 5곳(상록원, 그루터기, 가든 쿡, 남산학사 푸드코트, 금강관)이며 모두 생협이 운영한다.

생협은 대학 구성원인 교수, 직원, 학생들이 출자하고 운영하는 비영리 공익법인이다. 이윤창출을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잉여 이윤이 발생하면 이는 학교에 장학금 형태로 환원된다.

외부업체를 이용하는 타 대학과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예컨대 우리대학 치즈돈까스 3,500원에는 학교 측에 지불하는 임대료와 부가비용이 포함되지만, 생협 자체의 이윤은 포함되지 않는다. 실제로 가든 쿡의 메뉴는 외부업체가 라운지 오를 운영할 때보다 10~15% 정도 저렴하다.

우리대학 생협은 이달부터 식자재 물가인상에 따라 분식의 가격을 인상한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고 지난 몇 년간 생협은 가격을 동결했다.

우리대학 상록원 담당 김현주 영양사는 “가격이 200원, 300원만 올라도 학생들에게는 부담이 된다. 학생식당의 장점은 싼 가격에 질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격 인상이 필요할 경우, 다른 대학의 생협과 상의를 통해 올리는 편이다”라고 밝혔다.

반면 생협에도 어려움은 있다. 직영에 비해서는 가격이 높고, 외부업체에 비해서는 메뉴가 다양하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연말로 갈수록 학생식당을 찾는 학생들의 발길이 줄어든다. 실제로 연초와 연말, 학생식당을 찾는 학생 수는 2,000여 명 정도 차이가 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협은 시험 기간에 '열공떡볶이', '열공국수'와 같은 간식을 무료로 제공하고 추석에는 송편빚기 체험을 하는 등 각종 이벤트를 열어 학생 유치에 힘쓰고 있다.

 

외주 운영으로 학교 이미지 상승

세종대에는 2014년도까지 생협이 운영하는 학생식당이 있었다. 그러나 건축법 규제위반으로 가장 매출이 좋았던 '우정당' 생협학생식당이 문을 닫았다. 또한 인건비 부담 문제 등으로 심각한 적자가 생겨 생협은 세종대에 사업종료를 선언했다.

그 후, 세종대는 질 좋은 서비스와 다양한 메뉴, 위생적인 학식을 학생들에게 전문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외부업체를 선택했다.

현재는 ‘산들 F&B’라는 외부업체가 세종대 푸드코트를 운영하고 있다. 산들 F&B 이종혁 과장은 “학식은 저렴하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학교와는 영업관계를 지속하면서도 학생들과 유대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면서 음식을 제공한다”라고 전했다.

앞서 언급했듯, 세종대의 치즈돈까스는 외대보다 2,000원 더 비싸다. 하지만 외대와 비교해 약 4배 정도인 총 60가지의 메뉴를 제공해 학생들의 선택권이 훨씬 넓다. 세종대 윤석기(연극영화12) 학생은 “메뉴가 다양해서 5년 동안 학식을 먹었는데도 질리지 않는다. 아직도 학생식당을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생협은 현재 식자재를 일괄적으로 ‘아워홈’이라는 대기업에서 공수한다. 반면 산들 F&B의 경우 소기업이므로 식자재 구매가 한 업체에 구애받지 않는다. 이 덕분에 식자재의 단가와 질, 급변하는 시세에 빠르게 발맞춰 식자재 업체 선정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산들F&B는 최소 비용을 들이면서 학생들에게 좋은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을 갖춘 학식을 제공할 수 있다.

세종대 총무팀 임승태 주임은 “산들F&B에서 운영하는 푸드코트 덕분에 타 대학에서 벤치마킹을 나오는 등 학교 이미지가 상승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2014년 중앙일보의 대학교 학생 만족도 조사 결과, 세종대가 교내식당의 가격과 맛 부문에서 3위에 랭크되는 쾌거를 이룩했다.

이처럼 직영, 생협, 외부업체라는 서로 다른 운영방식은 많은 차이를 만들어낸다. 저렴한 가격, 잉여수입의 장학금화, 다양한 메뉴라는 각 대학의 서로 다른 스타일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가격 결정의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세 대학 모두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모습은 공통적이었다. 이익보다 학생들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가 있기에 오늘도 학생들은 힘차게 교정을 거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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