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름 기자

얼마 전 단과대학별로 실시한 입학생 대상 설문조사에서 상당수가 학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전과를 희망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중에는 학생부 평가로 선발하는 Do Dream 전형 합격자도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전공분야에 대한 역량과 발전 가능성을 보유한 인재’를 뽑은 입학 시스템에 허점이 발견된 순간이었다.

소속변경이 불가하거나, 정원의 20%까지만 허용하는 타 대학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우리 대학은 전과가 쉬운 편이다. 그렇다 보니 입시생들 사이에서는 동국대는 전과가 쉬우니 우선 컷트라인이 낮은 과로 입학한 후에 전과하라는 얘기가 오간다. 실제 재학생들 사이에서도 ‘학업 이수계획서는 형식적으로 쓰는 것, 면접은 바보가 아니면 다 통과한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한다. 심지어 그마저 생략하는 과도 적지 않다. 그저 학생이 원하기만 한다면 지도교수와의 최소한의 면담도 요구되지 않은 채 소속을 변경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매년 많은 학생이 전과를 신청한다. 올해 무려 정원의 70%가 전과를 신청한 학과도 있다.


학교 측은 학생이 원하는 전공을 찾을 때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적성이나 소질은 고려하지 않은 채 성적만 좋다면 좋을 대로 하란 식은 지지보다는 방임에 가깝다. 게다가 적성이 안 맞는 학생이 과연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을까. 성적으로만 평가하는 것도 많은 의문점을 갖게 한다.

정원의 50% 이상이 빠져나가도 교육방식과 커리큘럼을 문제 삼는 비난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뿐 해당 학과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무분별한 전과는 몸집만 커진 인기 학과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경영학과의 한 학생은 "교수님과 강의실은 그대로인데 학기마다 복수전공자와 전과신청자가 늘어 수강신청은 가히 전쟁터를 방불케한다"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학교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입장뿐이다. 담당 부서 측 또한 전과는 각 과에서 처리해야 할 부분이라고 떠넘기며 관리자 차원의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모습만 보인다.

올해 1월 고등교육법이 개정됨에 따라 2, 3학년에 국한되었던 전과가 4학년도 가능하게 됐다. 적용 범위가 늘어난 만큼 전과를 희망하는 학생도 늘어날지 모른다. 더 늦기 전에 소위 비주류 학과가 주류 학과로의 전과를 위한 밑받침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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