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법사(육군

중국 송나라의 정치가이자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천하의 문장가 구양수는 그의 글은 이른바 삼상에서 닦았다고 고백했다. 즉 마상, 침상, 측상의 삼상이다. 말을 달릴 때도, 잠자리에 누웠을 때도, 그리고 화장실에 앉았을 때도 늘 글을 생각하며 갈고 닦았다고 하는 것이다.

절에 가면 아주 다양한 불상과 보살상이 있다. 그 중에 관세음보살상은 다른 보살상과는 다르게 눈에 띈다. 왜냐하면 보살상의 머리 위 화관 한 가운데에 또 다른 불상 한 분을 모시고 계시는 모습 때문이다. 모시고 계시는 분은 다름 아닌 아미타불이시다. 관세음보살은 다음 생에 아미타불과 같은 부처님이 되겠다고 다짐하신 분이다. 그래서 자신의 머리위에 항상 아미타불을 얹어 놓고 있는 형상인 것이다. 행주좌와 어묵동정 숙면일여 아미타불만을 생각하고 아미타불처럼 실천하시는 분이시다. 그분의 삶은 구양수의 삼상과 행주좌와뿐만 아니라 그사이 틈 하나도 놓침 없이 아미타불의행적을 생각하고 그대로 닮으시려 실천하시려고 하시는 분이다. 원본과 다름없는 복사본이 되겠다고 하시는 것이다.

여러분은 지금 자기 머리 이마 위에 무슨 생각을 얹어 놓고 계시는가? 지금 얹고 있는 그것이 당신의 미래에 그대로 구현되는 것이다. 이것저것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요? 냉정한 말씀입니다만 당신의 내일은 십중팔구 이것저것 뒤죽박죽 엉망진창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관상에서도 이마는 우주의 기를 받아들이는 창문이라고 했다. 이마가 윤기 나고 맑아야 한다고 항상 미래를 꿈꾸는 자들은 이마를 정돈하고 훤히 드러내고 다닌다. 소심하고 우울하며 자신감이 없는 사람일수록 이마를 머리칼로 내려서 가리는 심리가 있다.

이마에 찡그린 얼굴로 주름살을 얹으신 분들은 이제 이마를 펴시라. 주름살 지는 미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마까지 벌겋게 화를 내신 분들 화를 좀 내려놓으시라. 근심걱정으로, 불안함으로, 두려움으로 잔뜩 이마를 장식하신분도 오늘 당장 내려놓으시라. 미래의 내 모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마는 내 미래 모습이 찍히는 스크린이다. 관세음보살님처럼 부처님을 얹어 놓고 살지는 못하더라도 좀 제대로 된 뭔가를, 미래를 밝힐 뭔가를 제대로 얹어 놓고 사시길!

이제 봄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어깨와 굳은 인상을 펴고, 화려하고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아름다운 동국의 캠퍼스를 활기차게 장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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