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없이 식민지 시대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된 오늘날에도 1910년대는 일반인들에게는 물론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그다지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던, 그야말로 흔치않은 전인미답의 영역으로 남아있었다고 할 수 있다. 대개 근대계몽기의 역동적인 변혁과 자강에의 에너지가 외압에 의해 소멸된 이후, 혹은 식민지라는 암울한 단계로 이제 막 진입했을 뿐 3·1운동에 의한 대대적인 민족적 각성이 미처 분출되기 이전의 시기로만 간주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른바 1910년의 한일합방과 1919년의 3·1운동의 사이로서만 규정되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다시 말해 1910년대는 독자적인 시대적 특성을 갖고 있지 못한, 오로지 한일합방의 연장선상에서, 혹은 3·1운동의 전사(前史)로서 다루어져 왔다는 뜻이다.

그러나 알다시피 신소설과 번안소설의 전성기도, 이광수의 ‘무정’이 저술된 것도, ‘소년’과 ‘청춘’ 같은 잡지가 널리 읽혔던 것도, 신연극이 도입된 것도 모두 1910년대의 일이다. 그 문화적 융성의 배경에 식민지 초기의 유례없는 활력이 자리 잡고 있었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권보드래의 ‘1910년대, 풍문의 시대를 읽다’는 바로 그 활력에 대한 주목으로부터 출발하고 있는 저서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이것은 1910년대 ‘매일신보’에 게재된 방대한 분량의 기사들을 꼼꼼히 검토한 후, ‘불안하고 평온한 일상’, ‘사회와 개인의 감각’ ‘불만, 소요, 저항’이라는 3가지 키워드에 따라 분류하고 선별하여 자료집으로 묶고 주제별로 해설을 덧붙인 인문학 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대학생들에게도 흥미롭게 다가올 법한 당대의 사건, 사고의 사례들이 풍부하게 수록되어 있다. 그러한 검토를 통해 이른바 우리가 영위하고 있는 일상에 대한 감각들이 과연 어떤 시대로부터 비롯되어 왔는지 그 생생한 연원을 추적 가능하도록 만들어준다. 그러면서 이 책은 우리가 암흑의 이면으로 덮어왔던 1910년대의 삶이 기실 근대 문학과 문화의 생성을 가능하게 할 정도로 대단히 활력 넘치는 것이었음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도록 하는 흔치않은 저서에 해당한다.

조형래

문화평론가, 동국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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