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근우지음/2008/신국판/272쪽/20,000원
일반적으로 ‘민속학’은 그 사전적 의미가 말해주듯, 민간 생활과 결부된 신앙, 습관, 풍속, 전설, 기술, 전승 문화 따위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을 가리킨다.

영국을 중심으로 한 라틴계 나라들의 포크로어(folk-lore), 독일을 중심으로 한 튜턴계 나라들의 폴크스쿤데(Volkskunde), 그리고 일본을 중심으로 한 동양에서의 민속학(民俗學) 등 각각의 나라와 문화권에 따라 그 연구 대상과 방법에서 다소간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민속학이라는 개념과 그에 대한 인식은 이 사전적 정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한국에서 민속학이 식민지 시기에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것이 제국 일본 학지(學知)의 자장 속에 놓여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즉, 식민지 ‘조선민속학’의 발생과 전개 과정 속에 그와 관련된 제국 일본의 식민지 정책, 일본인 학자들의 민속학적 자료 조사 활동 등이 어떻게 관여했는가를 감안해야 한다. 그래야만 근대 한국 민속학을 둘러싼 식민지주의와 민족주의의 복잡다기한 관계를 해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식민지주의에 복무한 일본인의 조선민속학 대 문화민족주의에 기초한 한국인의 조선민속학이라는 이분법적 도식을 지양하고, 새로운 자료의 발굴과 실증적 검토를 통해 식민지 정책의 실천적 맥락에서 조선민속학의 정치성과 사상성의 변화를 고찰한 남근우의 ‘조선민속학과 식민주의’는 흥미롭다.

저자는 송석하의 ‘실천적 문화민족주의’와 손진태의 ‘민족문화론’을 각각 제국 일본의 식민지주의 및 만선사학과의 관계 속에서 재고하는 한편, 식민지주의 조선민속학의 성립 과정과 식민지 정책 사이의 연관성 및 조선민속학회의 창립 과정과 활동 내용 등을 세밀하게 추적하는 것을 통해 조선민속학의 정치성과 사상성의 변화를 명료히 보여준다.

이는 현재의 시점에서 한국 민속학의 개념, 인식, 범주 등의 기원을 되묻는 것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식민지 조선의 학지 발생의 한 측면을 고찰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업이다.

오태영

동국대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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