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운동부터 촛불집회까지 …‘사람답게 사는 삶’에 대한 염원

 “썩을 대로 썩었다.”
대한민국이 상실감과 분노로 가득하다. 최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불리는 국정농단부터 비리의혹까지 속된 말로 깨끗한 곳이 하나도 없을 정도다.
소위 말하는 기득권층은 국민의 혈세로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급급했고, 원하는 사람을 원하는 자리에 두기 위해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
말도 안 되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는 와중에 정부의 대응을 보면 국민을 얼마나 하찮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국민은 의심없이 믿어왔던 ‘민주주의’라는 가치가 무너지는 모습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있다. 너무도 분하고 안타까운 마음은 촛불로 표현됐다. 100만 명의 국민은 광화문에서 집회를 열었고, 전국 각지에서도 많은 사람이 그들의 소중한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최근 발간된 책 ‘나라 없는 나라’는 과거와의 대화를 통해 현재의 암울한 상황을 이겨낼 방법을 찾아낼 실마리다.
제 5회 혼불문학상을 받은 이 책은 지금의 현실과 많이 닮은 역사적 배경을 기반으로 한다. 바로 ‘동학농민운동’이다. 이 운동은 조선 후기에 부정부패를 일삼던 조선 정부를 향한 농민들의 움직임이었다.
저자는 이때의 상황을 잘 묘사하고 있다. “우리를 따르는 군사들은 하나하나 정이 많고 곡식을 키우던 사람들이요. 대체 누구와 싸운단 말이오? 탐관오리요, 절반은 맞는 말이지만 우리는 이 나라의 꼭대기에 있는 자들, 그들이 만든 제도며 심법과 싸우는 것이오”라고 ‘동학농민운동’의 본질을 파고들었다.
농민들이 들고 일어난 이유는 단지 ‘사람답게 사는 삶’을 위해서였다. 열심히 일했을 때 풍족하지는 못해도 굶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는 지극히 일반적인 것이었다.
그것을 무시하는 세상을 향해 빌었고, 소리쳤고, 결국에는 폭력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기본적인 모습들을 무시한 정부를 향한 당연한 외침이었다.

농민들은 전주성을 점령하는 등 몇 번의 무력투쟁에서 승리를 거뒀지만, 공주 우금치 전투에서 ‘동학농민운동’은 일본군에게 처참히 짓밟혔다. 이러한 장소에서 일어난 전투를 실감나게 그려냈기 때문에 검증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소설로 평가받는다.
역사책에 동학농민운동은 ‘실패’로 적혀 있다. 그리고 옆에는 ‘의의’라는 글자가 나란히 있다. 실패했지만 실패로 볼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그 당시 그들의 끊임없는 외침이 지금의 ‘당연한’ 가치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농민들의 당연한 요구를 무시한 조선은 일본에게 집어 삼켜진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철학자 헤겔의 말이 떠오른다. 국민의 당연한 가치를 훼손하는 대한민국은 어디로 갈까. 조선은 실패했지만, 대한민국이 그렇게 되도록 둘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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