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를 감싸안는 것이 성공적 통일의 지름길

현재까지 새터민 전형으로 우리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의 수는 114명. 그중 현재 우리대학을 다니고 있는 학생만 하더라도 40명이 넘는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그들을 얼마나 알고 있는 걸까. 지금 우리는 그들과 잘 지내고 있는 걸까. 현재 우리대학을 다니고 있는 탈북 대학생을 만나 인터뷰했다. 개인의 요청으로 인터뷰는 가명으로 진행했다.

 

인터뷰하겠다는 탈북 대학생이 없었다.
탈북 대학생들이 점점 더 폐쇄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내 주변만 해도 그렇다. 처음부터 그런 것이 아니라 점점 그렇게 되는 것이다. 함께하는 의미가 없어지니까. 우리대학에도 새터민이 많지 않나. 평상시엔 찾지 않고 필요할 때만 찾고 이러면 안 된다.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이 탈북자임을 밝혔을 때,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
사실 나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잘 의식하지 않는다. 그러나 가까운 탈북 대학생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면 무시당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그런 상황을 접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탈북 대학생들만의 모임도 있나?
우리대학에 탈북 대학생 동아리가 있다. 적극적으로 모임을 가지진 않더라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는 한다.
 
남한에 정착하면서 겪었던 일들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6·25전쟁이 북한의 남침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북에서는 반대로 배운다. 사소하지만 먹는 것도 많이 놀랐다. 북한에서는 반찬 종류가 대부분 상추나 쌈장, 김치인데 남한은 다르지 않나. 여기는 상추를 주반찬이 아니라 먹고 싶을 때면 항상 먹는다. ‘잘 산다’고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대학 다니면서 힘든 점은 없었나?
영어는 북한에서 많이 배우지 않아 어렵긴 하다. 나름 열심히 했는데도 첫 학기 학점이 학사경고 수준이었다. 학교를 그만둘까 생각도 했다. 2학기 연속 학사경고 3번이면 강제휴학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웃음) ‘한 번만 다시 해보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다. 다행히 2학기에는 성적이 두 배로 올라 학사경고는 면했다.
통일이 언제쯤 될 것 같나?
몇 년 전만 해도 북에서 한국영화나 드라마를 접하기 힘들었지만, 요즘은 많이들 본다고 하더라. 다른 문화를 접하다 보면 사람의 생각도 바뀌지 않나. 5년 안에 통일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통일 이후다. 지금 탈북자 3만 명은 ‘먼저 온 통일’인데, 이 통일은 성공했을까? 아니다. 실패라고 본다. 당장 탈북자들에 대한 시선부터 좋지 않다. ‘왜 하필 남한이냐? 미국이나 가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분명 존재한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다”고 말하지 않았나. 그런데 먼저 온 통일도 실패한 마당에 어떻게 대박이 될 수 있나. 3만 명도 감싸주지 못하는데 2,000만 명을 어떻게 안아줄 수 있겠나. 이대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나?
서로 마음의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 거창한 것이 아니다.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 동아리부터 시작하면 된다. 우리대학에도 탈북 대학생이 많지 않나. 같이 등산도 하고 회식도 하고 운동도 하면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다. 같은 민족끼리 “넌 탈북자야, 난 남한사람이야”하는 것도 웃기다. 하나가 될 수 있는 울타리를 만들어야 한다.

탈북자에게 다가가기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칫 실수할까 두려워 접근하지 못하는 것이라면 그럴 필요 없다. 탈북자에겐 분명 상처가 있긴 하지만 꼬집어 묻는 것만 아니면 괜찮다.
그냥 편하게 대하면 된다. 오히려 나와 같은 탈북 대학생들이 더 쿨할지도 모른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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