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탈북자에 대한 프로그램이 종합편성채널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프로그램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탈북자들이 북한에서 얼마나 어려웠는지를 들어 보며 그저 신기해하는 내용이 전부다. 실제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하는지, 동화되기에 어려운 부분은 없는지를 고민하는 내용은 없다. 
우리에게 탈북자는 어떤 존재일까? 어쩌면 우리는 그들을 ‘못사는 나라를 기적적으로 탈출한 사람’으로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과연 우리는 그들을 이웃으로 맞이할 준비를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그래서 2006년 25살의 나이로 탈북한 지성호(법학14졸) 동문을 인터뷰했다. 그는 인권운동을 위해서는 법학이 더 유용할 것이라는 판단에 전과까지 선택할 정도로 북한주민 인권운동에 앞장선 사람이다.
북한주민 인권단체 NAUH의 대표인 그는 탈북자 지원정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NAUH는 어떤 단체인가?

Now Action&Unity for NK Human Rights의 줄임말로 중국 내 탈북자 구출, 세계에 북한 실상 알리기, 북한에 보내는 라디오 방송 제작 등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통일 후 북한에서 일할 수 있는 전문가 양성교육도 실시한다. 인권운동을 넘어 통일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남한에 왔을 때, 주위 반응이 어땠나?

특유의 억양 때문에 주위 사람들이 알 수밖에 없다. 실제로 대학시절 출석을 부를 때 교수님이 내 대답소리에 깜짝 놀라며 “자네는 교포인가?”하고 물으시더라. “아닌데요, 북한에서 유학 왔는데요”라고 당당하게 답했다. 그러자 강의실에 있던 모든 학생과 교수님이 놀라며 다 나를 쳐다보더라. (웃음)

 

탈북 대학생 인터뷰를 하고 싶었는데 그들이 많이 불편해하더라.

남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이제 우리 사회는 혈통의 시대를 넘었다. 국내 외국인 노동자만 100만 명이다. 물론 “바뀌라”고 해서 인식이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그래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가령 어린이 프로그램에 탈북자, 장애인, 외국인 어린이는 왜 빠져있나.
탈북자가 대한민국에 있는 것은 큰 기회다. 통일이 되면 누구랑 같이 북으로 가서 일할 것인가. 지금 우리에겐 3만 명의 북한 전문가들이 있는 것이다. 어느 체제에서 살았던가를 떠나 서로에게는 배울 점이 있다.

 

탈북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외국 난민 정책과 비교하면 남한의 탈북자 지원은 잘 되어 있다. 임대주택, 의료지원 등 최소한으로 살아갈 수 있을 정도는 된다. 단, 정책은 좋으나 집행기관에는 문제가 있다. 집행기관이 여러 곳으로 분산되어 효율적인 역할을 못 한다.
담당 공무원의 탁상행정도 아쉽다. 이를 위해 탈북자 공무원을 양성하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본다.

 

탈북여성들을 위한 지원이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있다.

탈북자의 가장 큰 고민은 취업이다. 특히 한국으로 오는 탈북자들의 80%가 여성인데 이들은 더 심각하다. 기초생활 수급지원은 6개월이면 끝이다.
그마저도 정책이 일률적인 기준으로 집행되다 보니 일자리 구하기가 어렵다. 일자리를 구하면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고, 복지혜택만으로 살기엔 지원액이 턱없이 모자라다. 그래서 아이라도 있는 여성이면 살아갈 방법이 없다. 지원을 2년으로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이유다.
사실 탈북자들에게는 우선 남한 사회에 적응할 여유가 필요하다. 6개월은 턱없이 부족하고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급해진다. 그래서 안 좋은 곳으로 빠지는 것이다. 대한민국에 와서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실제로 남북하나재단에 따르면 탈북자 고용률은 2015년 기준 54.6%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일반국민 고용률 60.7%에 비해 낮다. 생계급여 수급률도 매년 떨어져 2015년 기준 25.3%로 무직 탈북자들에게 지급되는 생계급여가 줄어들고 있다:편집자 주)

 

탈북 대학생들에 대한 지원은 어떤가?

대학등록금을 국가에서 지원해주니까 괜찮아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꼭 그렇지도 않다. 혼자 탈북해서 ‘홀로 가장’으로 살아가는 학생들이 많다. 그래서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야 한다.
임대주택 관리비, 식비 등을 생각하면 많이 어렵다. 실제로 그런 학생들을 위해 몇 년 전, 우리대학 정각원에서 교재비나 식권 등을 지원해준 적도 있다. 큰 금액이 아니었지만 혼자 사는 탈북 학생들에게는 큰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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