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대한민국의 정의, 대학은 공정함의 마지막 보루, 정상화 위한 견제와 노력 필요

“이게 나라인가.”
최근 국민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이 자조적인 질문 하나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대통령 연설문부터 각종 외교·경제 문건, 공직사회 인사개입에 이르기까지, 일명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의혹에 대해 대통령 규탄 여론과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 원성어린 요청으로 검찰에서 대통령에 출석을 요구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정경유착, 부정축재 등 대한민국 정치적 근간의 뿌리를 뒤흔드는 암적 병폐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난 사례다. 거리에 나온 국민의 촛불이 더 뜨겁고, 눈빛이 더 매서운 이유다.
‘최순실 사태’가 국정마비 상황을 초래할 만큼 커지기 전, 가장 처음 질책을 받은 분노의 대상은 그녀의 딸 정유라였다. 그 시발점은 정유라와 같은 강의를 수강한 학생이 쓴 대자보로, 입학 비리와 더불어 성적 취득 과정에서도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는 사실을 고발하는 내용이었다.
학생들은 학문과 지성이 비선 권력에 농락당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정유라에게 편지를 보내는 형식으로 큰 화제를 몰고 온 ‘어디에선가 말을 타고 있을 너에게’ 제하의 대자보를 비롯, 학교와 교수마저 권력에 굴복하는 현실에 대한 학생들의 비난이 잇따랐다.
상황이 하루가 다르게 심각해지자, 아르바이트와 취업준비로 바쁜 청년들부터 입시를 준비하는 중·고등학생과 그보다 더 어린 아이들까지. 그간 ‘정치 무관심 세대’라고 불리던 이들마저 광장에 모여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한 대학의 부정 입학이 역사적으로도 엄청난 시국선언의 도화선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상아탑’이라는 수식어의 기저에는 대학이 부정과 비리가 개입될 수 없는 ‘공정함’의 마지막 보루라고 여겨지는 인식이 깔려있다. 그렇기에 거대권력을 등에 업은 한 개인의 부당한 압력 속에서 부정을 방조한 대학본부의 모습은 더욱 실망스럽다.
“학생들의 움직임으로 학내 고름을 찾아낸 일 자체는 매우 유의미하다”며 위로하는 모습조차 사회의 부당함을 여실히 나타내고 있어 안타깝다.
부패하고 정의롭지 못한 권력에게 계속되는 질타와 비판. 그 원동력은 ‘공정함’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다. 그러나 이는 대한민국 사회의 부정이 최고치에 달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예체능 과목의 특기생 선발과 관련해 심심치 않게 들어 왔던 입시 비리부터 시험을 치기 위해 손바닥에 적었던 컨닝페이퍼에 이르기까지. 불공정함이 너무나 일상화돼서 우리도 모르게 익숙해져 버린 현실이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남의 물건을 훔치지 말자’ 혹은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자’라는 말들을 배운다. 사람이라면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굳이 이유를 붙이지도 않는다. ‘공정함’ 역시 그 때부터 배워온 당연한 가치중에 하나다.
“이게 나라다.”
자신있게 말할 수 있기 위해서는 불공정함에 대한 지속적인 견제와 개선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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