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응렬 경찰행정학과 교수

  나는 날마다 행복하다. 집에서는 가족들이 건강하고 즐겁게 지내고, 모교에선 제자 겸 후배들이 똘망똘망 학업에 매진하여 국가와 사회를 위한 동량으로서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애국가에 나오는 남산을 거의 매일 산책하며 지낼 수 있어서 더없이 행복하다. 남산에 오르며 얻는 즐거움을 나눠보고자 한다.
학교에 출근하면 어김없이 남산에 오른다. 등산은 대학교 때부터 해온 취미다. 강의와 연구 일정을 점검하고 나면 남산에 오를 시간을 정한다. 많은 사람이 주말에 차량으로 이동한 후 산에 오르지만, 남산은 언제든지 가볍게 오를 수 있어 좋다. 화려한 등산복과 등산화를 신지 않아도 산책길이 잘 가꿔져 있어서 편안하게 갈 수 있다. 혼밥과 혼술이 유행인 요즘 남산은 혼자 오르며 사색을 즐기기에도 더없이 좋다. 야간 강의를 마치고 올라가도 가로등이 환해 산행에 어려움이 없다.
연구실과 집에만 있으면 계절의 변화를 느끼지 못할 텐데 남산은 매일 매일 계절의 변화와 함께 생동감 있는 자연을 선물해 주기도 한다. 봄철이면 서울 여의도 윤중로나 진해 벚꽃 축제에 가지 않아도 흐드러지게 핀 벚꽃의 장관을 만끽할 수 있다.
한여름 폭염에 지칠 때도 남산에 오르면 나무가 햇빛을 가려주어서 도심보다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가을에는 교통 체증으로 차 속에서 진을 빼며 내장산 단풍축제나 설악산 단풍을 보러 가지 않아도 울긋불긋 단풍터널에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겨울에 눈이 내리면 서울시에서 곧바로 제설용 염화칼슘을 뿌려 아이젠 없이도 오를 수 있다. 논문을 작성하다가 진척되지 않으면 남산을 산책하며 여러 가지 생각들을 정리하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다. 덤으로 건강도 챙기면서 말이다.
작년에는 전국 광역자치단체에 소재한 1,000m 넘는 산을 하나씩 오르자는 목표를 세워 제주도 한라산에서 강원도 설악산까지 다녀왔다. 지리산 장터목 산장에서 2015년 12월 31일 탄성을 지르며 해넘이를 보고, 천황봉에서 2016년 1월 1일 3대에 걸쳐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신년 해돋이의 장관을 지켜보는 행운도 누렸다.
바쁠 텐데 어떻게 매일 남산에 갈 수 있느냐는 질문에 매일 해야 하는 일 중에서 남산 산책의 즐거움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고 말한다. 착한 어린이는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않는다고 배웠으나 나는 어른이라서 과감하게 오늘 할 일도 내일로 미룬다. 불가피하게 밤을 새며 할 일을 끝내면 기력 회복에만 2~3일은 족히 걸리기 때문이다. 오히려 내일로 미루는 한이 있더라도 다음날 생산적으로 일하기 위해 남산 산책을 우선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즐거움과 행복을 누리고 싶으신 분은 언제라도 남산으로 발길을 돌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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