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세량 / 롯데제과 법무팀장 법학과 01졸

채 한 달이 안 되는 시간에 우리는 참으로 많은 것을 목도하고 말았다. 인간 욕망과 권력욕의 민낯을 보게 되었고, 그들의 미련을 놓지 못하는 처절함을 보았다. 우리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상실의 시대라 자조한다. 무엇이 그토록 우리를 상실감에 빠져들게 한 것일까.
권력의 끄나풀을 쥔 그들이 행한 전횡의 단면에는 성실함을 미덕으로 안고 사는 국민을 안중에 넣지 않는 전제가 깔려 있을 것이다. 철저한 법과 원칙의 이미지로 당선되었던 우리의 지도자는 유독 자신과 그 주변에게 만큼은 그러하지 못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그동안 힘겹게 지켜왔다고 생각했던 우리들의 상식이 여지없이 무너짐을 목격한 것은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상처이다. 우리가 상식이라고 여기는 것들은 근대 사회를 거치며 오랜 기간 성숙시켜 온 시민 의식의 역사적 집합체인 것이요, 법 위에 존재하는 사회 공동체의 가치적 합의인 것이다. 이러한 상식이 일순간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는 슬픔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상실감을 안겨주었던 것 같다. 우리가 선출한 지도자는 이러한 시민들이 쌓아온 상식을 수호할 의무를 부여받은 것에 불과하다. 지금 우리가 느끼는 위기의식은 지도자와 시민 간의 상식 수호에 관한 신뢰의 끈이 완전히 끊어진 데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이러한 상실의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프랑스의 사상가 조제프드메스트르는 “모든 나라는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지고, 모든 국민은 그들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갖는다”라고 하였다. 혹여, 우리가 이러한 비상식의 만연함에 대해 묵인해 온 책임은 없는 것일까. 지금 한 지도자는 내몰 수 있어도 우리가 쌓은 상식까지 내몰 수는 없다. 상식이 내몰린 사회는 잠깐의 지도자를 잃는 불행보다 더 큰 역사적 불행을 수반할 것이기 때문이다.
성숙한 시민의식이란 어떠한 위기 상황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우리의 상식을 지켜낼 수 있는 슬기와 용기이다. 인간 욕망과 야욕의 처절함을 보았어도 인간에 대해 상실하지 말고 다시 우리에 대해 희망을 가져보자. 지금 상실에만 빠져있기에는 우리가 지켜내야 할 것은 너무도 크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