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정말 너무한거 아니에요?” 학교 커뮤니티 중심으로 부정적 여론 확산…학교 당국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돼

 

▲ 분리수거가 되지 않은 일반쓰레기통(좌).금연구역에서 흡연하고 있는 학생(우).무분별하게 낙서가 되어 있는 도서관 대출도서(하).

우리대학 커뮤니티에선 기본적인 예절에 관한 불평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입구에서 흡연을 하는 학생,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는 학생, 늦은 시간까지 시끄럽게 떠드는 학생 등이 주를 이룬다. 세계대학으로 도약하기에는 너무도 부끄러운 행태다. 여러 가지 기본적 예절도 지키지 못하는 행동을 ‘양심 불감증’으로 묶어서 본지가 심층 취재했다.

 

#1
지금 혜화관 1층 문 바로 앞에서 중국인들 15~20명 정도가 사람들 길 막으면서 담배 피우고 있는데요. 문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 문으로 나오려는 사람들 전부 다 연기 들이마시면서 지나가고 있습니다. 정말 불쾌합니다. 금연구역이라고 뻔히 쓰여있는데 대체 왜 그러는 거죠? 어떻게 처리할 방법 없을까요? 누구한테 건의해야 하나요!

#2
법학도서관 열람실 앞 소음 문제에 관해서인데요. 학생 스스로 열람실 바로 앞이라는 걸 알 텐데 왜 그렇게 시끄럽게 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갑니다. 어느 날은 아예 문까지 열어놓고 떠들고 있습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열람실 앞에서는 조용히 해주세요.

#3
남산학사 M층에 거주하는 학생입니다. 그런데 라면을 드시고 나서 너무 하신 분을 봐서 제보합니다. 첫 번째는 라면 국물을 왜 정수기에 버리는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국물을 가득 담은 채로 쓰레기통에 버리시나요? 교양있는 대학생이 보여줄 행동은 아닌 것 같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불 시대로 가자”
경제적으로 선진국 반열에 오르자는 상징적인 의미로 쓰이는 말이다. 씁쓸하게도 뒤이어 나오는 소식은 과연 그만큼의 경제규모에 맞는 시민의식을 갖고 있냐는 지적이다.
최근 우리대학은 ‘2016 QS세계대학평가 역대 최고 성적 달성’이라고 크게 선전했다. 이렇듯 보여지는 대학 순위는 올랐지만 우리대학 학생들에겐 아직 ‘양심 불감증’이 만연하다.

 

늦은 시간까지 소음 이어져

우리대학 커뮤니티에 글이 올라왔다. “남산학사 사는 학생입니다. 지금 시간이 밤 12시 13분입니다. 남성분이 소리 지르고 있어서 많이 괴롭습니다.” 익명으로 올라온 글에는 고성방가로 잠 못 이루는 고통이 고스란히 적혀있었다.
소음과 관련된 또 다른 제보는 새벽 2시 23분에도 올라왔다. “동국대 어떤 과 학생분들에게 부탁드립니다. 거주공간인 곳에서 새벽까지 자신들의 과를 외치면서 게임하시는 것이 정말 크게 들립니다.”
우리대학 학생들이 ‘양심 불감증’으로 내일을 위해 잠을 청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었다.

 

중앙도서관에서도 ‘양심 불감증’

중앙도서관에서도 학생들의 ‘양심 불감증’을 살펴볼 수 있다. 한 학생은 “도서관에서 전공책을 빌려 책을 펼치면 쪽마다 형광펜과 같은 각종 펜으로 줄이 그어져 있는 경우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중앙도서관 관계자 배이나 씨는 “책 외관상 많이 훼손된 것은 학생들에게 다시 책을 사 올 것을 요구하지만 속지는 일일이 확인할 수가 없어 학생들에게 이러한 피해가 돌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빌린 책을 개인의 물품처럼 이용하는 것도 문제지만 반납을 제때 하지 않는 것 또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다른 학생들에게 가장 피해가 가는 부분은 예약도서를 반납하지 않아 예약자가 계속 밀릴 때이다. 이 같은 경우 독촉 전화를 계속해야 한다”며 학생들이 이용자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중앙도서관은 노트북 타자 소리에 대한 민원 또한 꾸준히 받고 있다. 노트북 열람실이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열람실에서 노트북을 사용하는 학생들로 인해 집중하기 어려운 학생이 많다. 이강민(정치외교13) 군은 “도서관처럼 조용한 곳에서는 타자치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노트북은 지정된 사용공간에서 이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도서관 관계자들 역시 이와 같은 행동으로 노트북 전용석으로 학생들을 안내하는 수고를 하고 있다. 중앙도서관 김웅갑 과장은 “음식물 반입제한이나 노트북 사용 제제에 관한 메시지는 책상마다 공지돼 있지만 일일이 순찰을 돌며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흡연, 쓰레기관련 불만 쏟아져

학생들의 무분별한 흡연문제 또한 ‘양심 불감증’으로 대두되는데 대표적인 곳이 경영관이다. 경영관 앞 벤치는 금연구역이다. 그런 것은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지 많은 학생들이 모여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그곳은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라 사람들이 인상을 찌푸리면서 지나가기 일쑤다. 신공학관 7층 입구에서도 마찬가지다. 바로 옆에 흡연구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연구역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이영진(경제12) 군은 “대부분의 수업을 사회과학관에서 들어서 자주 지나간다. 지나갈 때마다 학생들이 모여서 흡연구역이 아닌 곳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냄새가 굉장히 불쾌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담배꽁초를 그 자리에 그냥 버리고 침을 뱉어 볼 때마다 기분이 안 좋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쓰레기통 안에서도 ‘양심 불감증’을 찾아볼 수 있다. 본지 기자가 직접 쓰레기통을 조사해본 결과, 일반쓰레기통에서 플라스틱이나 캔 등 분리수거 쓰레기가 많이 보였다. 일반 쓰레기통과 분리수거 쓰레기통이 나눠져 있는 상황에서도 학생들은 그냥 버리고 있었다. 이에  대해 환경미화원들은 “일을 두 번 해야 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처음부터 나눠서 버려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화장실 상태 역시 심각하다. 음식물을 변기에 버리면서 주변에 튀어 있고, 음식물을 화장실 쓰레기통에 버리는 경우도 있다. 화장실 휴지를 뭉치로 버려서 변기를 막히게 하는 경우도 있다. 버젓이 붙어 있는 ‘깨끗한 화장실 사용 캠페인’도 소용이 없어 보였다.
이에 대해 기나현(교육11) 양은 “본인의 집이었으면 이렇게 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대학생이면 성인인데 화장실만 보면 성인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학교 당국의 노력도 부족

학생들의 ‘양심 불감증’에 대한 학교 당국의 노력도 부족해 보인다. 먼저, 흡연구역과 비흡연구역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우리대학 커뮤니티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원흥관 1층, 중앙도서관 앞, 혜화관과 만해관을 연결하는 통로, 신공학관, 학생회관 앞 등이 학생들의 민원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장소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은 “지정된 흡연구역임에도 티가 나지 않아 인상을 찌푸리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 매너를 지키는 흡연자들까지 안 좋은 시선을 받는 게 현실이다”라며 애매하게 구획된 흡연구역의 재설정이 필수임을 지적했다.
턱없이 부족한 분리수거를 위한 쓰레기통 숫자도 문제다. 박유미(철학16) 양은 “분리수거 쓰레기통이 있으면 분리수거해서 버리는데 없을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원통형에 버릴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또한, 쓰레기통의 배치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강의실 내에서도 수거함이 2개인데 2개 다 일반쓰레기인 경우도 있고 하나는 투입구가 벽 쪽으로 돌려져 있어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라고 말을 이었다.

 

중국인 유학생들에 대한 안내 부족

현재 우리대학의 재학생 수는 12,671명, 그 중 중국인 유학생 수는 1,351명으로 10.61%에 달한다. 매년 증가하고 있는 유학생들 가운데 올해 전체 유학생 기준 75%를 차지할 정도로 중국인 유학생이 많다.
그러나 이들을 위해 중국어로 된 안내 하나 제대로 없는 실정이다. 이에 중국인 유학생 이문(영화영상14) 양은 “중국의 경우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에 와서 어떻게 분리하는지 잘 몰랐다”라며 미안함을 표현했다.
덧붙여 “중국어로 안내가 되어있지 않아 쓰레기에 있는 그림만 보고 분리해야 해서 힘들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처럼 학생들의 행동에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학교 측의 안내가 부족했던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있다. 일에는 순서가 있다는 뜻이다. 우리대학이 천리 길을 가기 위해서는 학생 스스로 ‘양심 불감증’을 해소하려는 노력하고 학교는 그것을 돕는 묵직하지만 무겁지 않은 첫걸음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