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역사왜곡에 대한 장기적인 대안 절실


‘국가가멸 사불가멸(國家可滅, 史不可滅). 나라는 멸망시킬 수 있어도 그 역사는 없앨 수 없다’라는 뜻의 사자성어가 있다.

독도영유권분쟁과 동북공정이라는 역사왜곡 문제에 직면해 있는 이 때 우리 역사의 뿌리를 찾고, 잊혀져가는 고구려 역사의 열기를 되살리고자 지난 6월 21일 20명의 학생들로 충무역사탐방단은 고구려의 흔적이 남겨져 있는 중국 땅을 밟았다.

‘백암산성’ 답사를 첫 번째로 중국인들의 모순된 역사왜곡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고구려 시대 ‘백암산성’이라 불리던 이 성을 중국인들은 연나라 성이란 뜻을 가진 ‘연주성 산성’이란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백암산성 증축 이후 흘러간 시간을 고려해보면 무너지고 훼손된 부분도 있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듯 보이지만, 마음 한 켠이 아린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백암산성 뿐만 아니라 탐사 기간 내내 많은 고구려 유적들이 소홀한 관리 속에 방치되고 허물어져 그 역사적 의미 또한 함께 빛바랜 사진으로만 남겨지고 있었다. 특히 오호묘 내 고구려 벽화인 사신도는 빗물과 습기 때문에 천장과 벽의 훼손이 심해 특유의 색감이 사라져가고 있었다. 또한 국내성 옛터는 시내의 아파트 단지 옆에서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시한부 환자처럼 남겨져 있었다. 아파트 단지가 지어질 당시 중국 내 중요 문화재라는 평가를 받지 못하여 많은 훼손이 가해진 후 또 다시 중요문화재로 재평가를 받았으나, 성터 주변에는 출입을 금하는 초록색 철조망을 쳐놓았을 뿐이었다.

중국 측의 이러한 유적 훼손 사례 뿐만 아니라, 고구려 역사를 자기네 역사로 편입시키기 위한 왜곡의 흔적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호산산성 내에는 고구려가 중국의 속국이라는 설명이 담긴 지도와 조작된 유물들로 가득 찬 박물관이 만들어져 있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며 박지원(법학3)양은 “직접적인 역사왜곡의 현실을 피부로 느끼는 순간이다. 가짜 고구려 유적들의 관광수입이 중국의 이익이 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민족의 영산 백두산 또한 경제개발구와 불과 10km밖에 떨어지지 않는 곳에 백두산공항이 건설되는 중이였다. 전 국가 주석인 장쩌민이 직접 백두산을 시찰할 정도로 중국은 백두산 관광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올림픽을 기회로 백두산 전체를 자국의 영토로 편입시킬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현지 가이드의 말을 들으며 탐방단 모두는 중국의 역사 왜곡문제에 대해서 장기적인 노력이 절실하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이에 대해 윤명철(교양교육원)교수는 “방송매체를 통해서 본 고구려 역사 왜곡의 실체와 현장에서 직접 느끼는 고구려는 다르다”며 “단순히 고구려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 아닌 위기의식과 함께 고구려 역사의 풀씨를 마음속에 뿌리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탐방은 우리의 고구려에 대한 그 관심과 애정이 진정한 고구려 역사와 전통은 등한시한 채 ‘주몽’과 같은 드라마와 부수적인 콘텐츠에만 매료되어 왔던 건 아니었는지 뒤돌아 볼 수 있게 해 준 기회가 됐다.

 

▲ 고구려지도를 설명중인 윤명철교수와 귀담아 듣는 학생들


◀ 고구려인들의 섬세한 증축 능력이 돋보이는 환도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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