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부르는 주류 업체 선정 과정 초대가수 섭외 비용도 비공개 소통부재 문제 계속 제기돼

가을 대동제 ‘가을길’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매년 대학축제 시즌이면 학생회 행정에 대한 여러 의혹들이 제기된다. 2013년에는 한 이벤트 업체가 축제 행사를 단독 수주하는 대가로 30여 개 대학의 총학생회장들에게 3년에 걸쳐 1억여 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나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지난 5월, 제주대학교 총학생회가 축제 주점 계약서에 ‘5월 축제기간 중 술 구매는 총학생회를 통해서만 해야 한다’, ‘다른 곳에서 구입 적발 시 주점 철수’라는 등의 내용을 명시해 논란을 빚었다. 계약 내용에 ‘다른 주류광고 및 기타 광고포스터 부착 금지’도 포함돼 있어 특정 주류회사와의 관계를 의심받기도 했다.
지난 6월에도 경상북도 소재의 한 대학교 총학생회가 총대의원회에서 요구한 주류구입을 위해 사용된 학생회비 내역 공개 요구를 거부하면서 학생들 사이에 “학생회비 비리 사건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학과 주점 운영을 위한 주류구입 뿐 아니라, 연예인 섭외와 관련해서도 언제나 시끄럽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콘서트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무대를 꾸미고, 유명 연예인으로 라인업을 구성하기에 여념이 없다.
총학생회는 저마다 축제 몇 달 전부터 미리 연예인 섭외에 들어가는데, 섭외 가수 당 많게는 수천만 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학생회비든 교비지원이든 왜 이렇게 거금을 들여 가수를 불러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의견은 이제 익숙하다. 이번 가을 축제 역시 학생참여예산으로 지급된 9,000만 원 가운데 7,000만 원을 축제비용으로 수령했다.
그러나 축제의 총괄 책무를 맡은 조성우(신문방송10) 부총학생회장은 초대가수 섭외에 사용된 비용에 대해서 밝히지 않았다. 주류 업체 선정 기준에 대한 질문에도 “단과대 관할이니 문의해보라”며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학생들의 자율 행사가 불투명 행정에 논란거리가 되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다. 수많은 학과, 학회에서 여러 행사를 진행하는데 비해 지금껏 행사에서 사용된 금전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된 경우는 많지 않다. 비용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을 때, 몇몇 학생회는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오히려 책임회피와 은폐로 일관하는 방식으로 여러 차례 학생들의 공분을 산 바 있다.
우리대학 커뮤니티에도 매번 “행사와 관련해 큰 액수의 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상세히 밝혀달라”는 학생들의 요구가 끊이지 않는다. 일부 학생들은 “총장을 비롯한 학교 당국에 제기되는 비리, 횡령 등 의혹에 대해 ‘해명하라’고 외치면서도 정작 학생회비 비리 의혹이 제기되면 속 시원하게 해명해주기보다는 어물어물 넘어간다. 이래서는 학생회가 비판하는 학교의 모습과 무엇이 다르냐”며 “학생회들의 행사 및 사업 추진에 있어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총대의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단과대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만 감사를 시행하기에 현재로서는 학과별 행사 비용에 대한 감사가 어려운 상황이다. 총학생회를 견제할 감독 기관이나 제도가 아직 부실한 상황에서 학생회 자체의 탄탄한 자금 운용과 실속 있는 행사 진행이 절실히 필요하다.
사람들은 과거보다 훨씬 더 공직자들의 청렴함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최근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김영란 법만 봐도 그렇다. 수많은 학생들의 대표직을 맡고 있는 만큼 금전 사용에 있어 세부항목을 공개하며 체계적인 행사 기획을 통해 학생들에게 신뢰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학교 측에 투명함을 요구하는 그들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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