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성불사 주지 학명스님이 우리대학에 또다시 기부금을 쾌척했다. 지역 내 복지 사업 및 각종 나눔 운동을 이끌어 온 공로를 인정받아 경기도 경찰청장 표창, 법무부 장관 표창, 국무총리표창까지 받은 그는 오늘도 세상에 온기를 불어넣는데 온 힘을 다하고 있다.

 

1976년, 경기도 하남시에 한 사찰이 문을 열었다. 깨달을 성(惺)자를 써 성불사(惺佛寺)라 이름 지었다. 먹을 것이 없어 스님이 3년간 생식을 했을 만큼 작은 사찰이다.
하지만 수십 년째 독거노인, 장애인, 다문화가정, 저소득층 등 소외된 이웃에게 끝없는 온정을 베풀고 있다. 그 중심엔 그들에게 천 번의 손길과 천 번의 눈길을 건넨 사람이 있다. 바로 주지 학명스님이다. 
“세상 모든 것은 환원해요. 돌고 돈다는 뜻이지요. 좋아 보인다고 다 거머쥐고 있으면 숨이 막혀요. 욕심부리지 말고 내려놔야 합니다.” 스님은 집착하지 않고 작은 것에 만족할 때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가진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은 회향할 수 있다는 것, 즉 내가 가진 것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나눔 정신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학명스님은 세 개의 손가락을 펼쳐 보이셨다.
‘3무’. “만 원 이상의 신발 신지 않기, 개인 통장 만들지 않기, 자동차 사지 않기” 70이 넘은 지금까지 평생을 지켜온 원칙이었다.

 

가장 지양해야 할 것은 일회성 나눔

성불사에서는 독거노인 후원, 불우이웃에게 쌀 전달, 구치소 수감자 교화 활동, 군부대 방문, 재난재해 기부 등 다양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이 외에도 매년 꾸준히 하는 활동이 20여 가지나 된다.
스님은 우리 사회의 나눔이 일회성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처음 기부할 땐 행사도 하고, 기사도 내보내며 아주 화려하게 시작하죠. 그런데 그 다음은요?” 물론 성불사라고 항상 재정이 넉넉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원을 중단하는 대신 적은 양이라도 나눔을 멈추지 않았다. 한 사람에게 무려 3년이나 꾸준히 도움을 주기도 했다.
단순히 아끼기만 해서는 어려울 텐데, 어떻게 꾸준한 나눔을 이어올 수 있었을까? 학명스님은 오랜 기간 나눔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로 ‘4할 원칙’을 언급했다. “재정의 60%는 사찰에 쓰고 40%는 무조건 환원합니다. 무리하지 않아요. 다만 꾸준히 하려 합니다.”
스님은 인터뷰 내내 단 한 번도 남을 도왔다고 표현하지 않았다. 대신 나누었다고 말했다. “단순히 물질적인 것을 주는 게 아니에요. 그들과 마음을 나눈 거지요.”
오히려 연신 그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마음을 나눴던 이웃들에게 항상 끊이지 않고 고맙다는 편지가 전해져 옵니다. 그럴 때마다 반성하게 돼요. 더 분발하자.” 나누려는 마음이 가라앉으려고 해도 자꾸 발심하게 한다고 했다.

 

간섭이 아닌 관심 가질 것

“예전에,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절 앞마당에 책보가 두 세 개씩 놓여 있었어요.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학교에 갈 수 없어, 버린 것이었지요. 안타까웠습니다.”
그렇게 하여 2002년, 벽담장학회가 설립되었다. 스님은 장학재단을 설립한 이유로 체계적으로 꾸준한 나눔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장학금은 매년 불우한 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우리 대학에 기부하는 데엔 당시 불교대학원장이었던 한태식(보광) 총장과의 특별한 인연이 있었다. “보광스님으로부터 학교 발전기금을 모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옛 스님들이 1원 2원 모아서 세운 학교가 100년이 넘어가면서 많이 낡았지요. 보수했으면 싶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기부가 우리 대학에만 누적금액이 약 6억 원에 달한다.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스님께서는 학교에서 잘 써주리라는 믿음만을 내비쳤다.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 대학에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라 약속했다. “기부금으로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 간섭이지요. 저는 간섭이 아닌 관심을 가지고 싶습니다.”
지난 2010년 우리 대학에서는 학명스님의 이런 나눔 정신과 공로를 기리기 위해 문화관에 ‘학명세미나실’을 개원하기도 했다.

 

 
마음을 다스릴줄 알아야

학명 스님은 몸소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고 계셨다. “심청정(心淸淨)해야지요.” 하지만 종교인이 아닌 우리가 무소유를 실천할 수 있을까? “하루에 10번씩 앉아서 명상하면 내 마음을 내가 다스릴 수 있어요.”
학명스님은 명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학생들이 제대로 된 명상을 배우길 바라며우리대학에 명상심리학과가 개설 될 당시에도 큰 역할을 했다. 불신, 불평, 불만이 가득한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먹고 사는 건 다 하나씩 타고나요. 다만 아집이 많으면 내 공부를 안 하고 남의 공부를 하게 됩니다. 나한테 맞지 않다 보니 더 힘들고, 지치는 거예요. 남들 한다고 다 따라다니기보다는 내 삶을 살았으면 해요. 모두가 각자의 위치가 있는 것이거든요.” 그는 비행기 부품도 흩트려 놓으면 고물밖에 안 된다며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스님은 아무리 좋아 보여도 ‘집착하지 않을 것’, ‘있는 그대로의 것을 받아들일 것’, ‘자신의 본 모습을 인정할 것’. 학생들에게 이 세 가지를 당부했다.
나눔에 관해 얘기하며 스님은 줄곧 미소를 짓고 계셨다. 마음이 좋아서 하는 일, 그것이야말로 그가 나눔을 지속 할 수 있게 만든 진짜 원동력이 아닐까.
 우리는 그냥 태어난 것도, 태어났으니 그저 살다 가는 것도 아니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욕심만 쫓아 방향도 모른 채 이리저리 따라다니다 보면 우리는 결국 꼬리의 신세를 면할 수 없다.
마음이 살찐다는 가을이다. 마음의 소리에 조금 더 귀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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