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 기자

시간표를 아무렇게나 짜는 대학생은 아무도 없다. 학기가 시작 전, 듣고 싶은 과목을 정하고 강의계획서를 읽어본다. 이외에도 고려할 부분이 많다. 개인적인 이유로 요일을 선택해서 수업이 없는 날을 만들기도 하고, 일정이 있다면 야간 강의를 선택하기도 한다. 이렇게 열심히 고민하고 시간표를 완성하면 다음 학기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진다.
“핵심교양 미수강자 ‘필히’ 이번학기에 수강요청, 2017년 미개설 예정.” 지난 9월 2일 저녁 6시에 다르마칼리지로부터 온 문자다. 학생들은 이미 여러 가지를 고려하고 짜놓은 시간표를 정정 기간에 전부 다 바꿔야 했다. 2006~2013학년도 입학자는 핵심교양을 말 그대로 ‘필수’로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문자는 저녁이 다 돼서야 학생들에게 전달됐다. 그 시간은 교직원들이 퇴근할 시간이었기 때문에 학생들은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 못했다.
유재영(식품산업관리13) 학생은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이가 없었다. 학교의 일방적인 행정 절차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갑자스러운 문자에 대해 학교에 대자보가 붙고, 우리대학 커뮤니티에서도 불만과 걱정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학교 당국은 학생들의 불만이 많아지자 뒤늦게 지난 9월 9일 홈페이지를 통해 “2014학년도 이전 학생 중에서 핵심교양 교과목을 수강하지 않은 학생들이 수강할 수 있는 강좌 수만큼 개설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이번 학기에 핵심교양을 폐지 예정 문자를 보냈지만, 구체적인 후속 계획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2016년도 핵심교양 교과목 중에서 선별하여 2016-2학기 중 공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도 과목을 선별 중인 것이다.
이에 다르마칼리지 관계자는 “핵심교양 해당 학생 수가 줄어 들어서 교양과목을 개편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반대를 예상하지 못했느냐는 질문에는 “폐지 ‘확정’이 아닌 ‘예정’이라서 이번 학기에 가능한 많은 학생이 들었으면 했다”고 답했다.
다시 한 번 문자의 내용을 읽어보자. 폐지 ‘확정’이 아닌 ‘예정’이지만 학생들은 이번학기에 핵심교양을 ‘필히’ 들어야 한다. 문자의 내용과 관계자의 답변이 앞, 뒤가 맞지 않는다. 학생과 학교 담당자 사이에 오해를 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이를 설명하기엔 시간이 3일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았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담당 부서가 이 문자를 수강 정정기간이 아닌 수강 신청기간 전에 보내야 했다. 구체적인 설명과 같이 말이다.
잠시 생각해보자. 내일 만나기로 한 친구가 갑자기 밤늦게 문자 한 통 보내서 약속을 깨버렸다. 그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 일정을 다 조정해뒀는데 말이다. 심지어 그 친구는 이후에 어떻게 하자는 말조차도 없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는 진부한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 학교도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다.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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