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국 시인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는 자신의 자서전에서 글쓰기를 얼음낚시에 빗대어 이렇게 말합니다. “작가의 작업도 얼음 낚시꾼의 작업과 공통점이 많다는 게 내 생각이다. 작가는 강을 찾아야 한다. 인내심을 가지고 혹독한 비판을 견뎌내고 조소를 이겨야 한다. 또한 깊은 강물을 찾아 적절한 낚싯바늘을 던지고 끝없는 노력을 경주한 다음에 아주 조그마한 물고기를 낚아야 한다. 그리고 다시 낚시를 던지고 추위와 고통을 이겨내면서 시간이 갈수록 더욱 큰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가 밑줄을 그은 곳은, ‘아주 조그마한 물고기를 낚아야 한다’는 부분이었다.
어떤 일을 하든 고통이 따른다. 강을 찾는 일조차 쉽지 않다. 처음부터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을 수 있다면 행복한 일이지만 대부분 그렇지 못하다. 어떤 일이 나에게 맞는 일인가를 찾기 위해서조차도 여러 번의 이직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이해나 배려보다는 비난과 조소를 듣기 십상이다. 천신만고 끝에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찾은 뒤에 열심히 노력한다. 그냥 열심히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보다 두 배, 세 배 노력한다. 그러나 처음에 얻을 수 있는 것은 ‘아주 작은 물고기’일 뿐이다. 그 동안 이룬 노력의 성과가 겨우 이런 것인가 실망하고 만다. 과연 이 일이 내 적성에 맞는 일인가 의심까지 든다. 그럴 때 네루다의 말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바로 그 때 다시 낚시를 던진다는 것, 그리고 추위와 고통을 이겨낸다는 것, 그것은 어쩌면 큰 물고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믿고 기다리는 것이다. 
중국의 극동지방에서 자라는 대나무 중에 ‘모소대나무’라는 희귀종이 있다. 처음 싹이 움트고나면 농부들은 정성을 다해 대나무를 키운다. 하지만 4년이 지나도 이 대나무는 겨우 3센티미터 밖에 자라지 않는다. 하지만 5년째가 되는 날부터 폭풍성장을 시작한다. 하루에 30센티미터가 넘게 자라고, 6주가 지나면 15미터 이상 자라 빽빽한 대나무 숲을 이루게 된다. 4년 동안 대나무는 땅 속으로 수백 미터 이상의 뿌리를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처음 이 대나무를 키우던 사람들의 마음을 생각했다. 농부들이 기다린 것은 아마 대나무의 성장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때로 과거를 돌이켜 보면 그 간의 노력이 헛되었구나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중얼거려 보자. 나는 지금 좀 더 깊이 뿌리내리는 중이다. 나는 지금 좀 더 깊이 뿌리 내리는 중이다. 한국 불교를 세계에 널리 알리셨던 숭산 선사는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다. “위대한 사랑은 자기 자신을 100퍼센트 믿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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