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15

벌써 일 년이 지난 일이다. 지난해 8월 구파발 군ㆍ경 합동검문소에서 의무경찰로 복무하고 있던 수경 故 박세원 학형(철학과 12)은 상사였던 박모 경위가 쏜 실탄을 맞고 세상을 떠났다.
가해자는 장난이었다고, 실수였다고 주장했다. 1심에서 법원은 중과실치사의 죄목으로 가해자에게 징역 6년형을 선고했다. 가해자는 26년을 경찰에서 근무한 베테랑이었다.
실수건 장난이건 사람에게 총구를 겨누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분명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물며 그는 실탄이 든 총을 부하에게 겨누고 발사했다. 그럼에도 법원은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살인죄를 적용하지 않았고, 구형된 형량을 낮추었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 다만 피해자의 억울한 죽음만인 것은 아니다. 이 사건을 다룰 때에는 군에서 복무하며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 개개인의 인권이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일반적인 문제 또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만약 의경들이 존엄한 권리를 가진 인격체로 존중받았다면 구파발 총기 사건은 없었을 것이다.
장병들에게 가해지는 인권유린 사례들은 지금까지 여러 번 문제가 되어왔다. 군장병들은 아직까지도 부당한 가혹행위에 시달리고 있고, 이를 넘어 누군가에 의해 자행된 폭력에 생명을 잃어가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폭력을 암암리에 용인하는 군 내부의 문화이다. 아마도 우리는 이처럼 폭력적인 군 내 문화를 야만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야만적인 군 문화에 대한 구조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것이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라도 우선 구파발 총기 사건에 대한 공정한 판결이 내려져야 한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정당한 죄목이 선고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실천적 정당성의 기준이자 국민의 권리를 보호해야 할 사법 절차가 이번 사건에 대해 공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면, 군 인권 문제의 해결은 또 미뤄지고 늦춰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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