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지원을 미끼로 한 교육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은 늘 말썽이 돼왔다. 평생교육단과대학(이하 평단) 사업 역시 그 중 하나다. 이화여대 사태를 시작으로 일부 평단 사업 선정 대학에서 “구성원의 여론 수렴 절차도 없이 졸속 추진되고 있다”는 논란이 가열됐다.
우리대학 역시 개강 직전까지 몸살을 앓고 있다. 총학생회는 지난달 10일부터 본관 앞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으며, 학교 측과의 긴 토론 끝에도 양측의 입장 차이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물론 개인사정으로 불가피하게 학업을 중단한 직장인, 비정규직과 교육 약자에게 양질의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는 사업의 취지는 분명 의미가 있다. 이는 대학본부와 학생회 측 모두 인정한 부분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대학본부는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에 휘둘려 구성원과의 소통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구성원들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좋은 정책일지라도 무산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사업을 둘러싸고 비판받는 대상은 대학만이 아니다. 교육부 역시 급하게 추진된 ‘졸속행정’으로 대학 내 소통 부재를 야기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한다.
교육부는 1월 각 대학에 평단사업 신청 공고를 내고 4~6개월 만에 10개 대학을 선정했다. 이화여대를 제외한 나머지 대학은 예정대로 2017학년도부터 평생교육 단과대학 신입생을 모집한다. 단과대학 설립부터 신입생 모집까지 모든 것이 6~8개월 앞두고 결정된 것이다.
특히 우리대학은 “당초 평단사업의 신청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으나, 교육부 담당자의 압력으로 신청하게 됐다”는 일간지의 의혹보도도 나왔다. 우리대학은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한 바 있다.
문제의 본질은 평단사업이 기존사업과 어느정도의 차별성을 갖는지 이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기존 평생교육 정책들과 중복돼 지속성마저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평단 사업 발표 당시 교육부는 “교육 분야 개혁과제 가운데 하나인 일·학습 병행 확대 추진을 위해 양질의 평생교육을 제공한다”고 했으나, 이는 이미 방송통신대학, 산업대학, 사이버대학 등에서 수행하고 있어 기존 4년제 대학에서 이러한 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당위성을 갖지 못한다.
“현 정부의 교육정책인 ‘先취업, 後진학’을 위한 정책”이라는 교육부의 설명에도 평단 사업의 필요성과 지속성에 대한 의문은 해결되지 않는다. 이미 우리대학을 비롯한 전국 60여개 대학이 평생학습중심대학 육성사업으로 부설 평생교육원을 운영 중이며, 일부는 학점은행 취득을 통한 학사학위과정도 개설되어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교육부는 전문대에 평단 사업과 유사한 성격의 평생직업 교육대학을 도입한 바 있다. 특히 이번 사업으로 개설된 학과와 프로그램 대부분이 전문대의 교육 영역과 중복돼 전문대 위축도 우려된다.
이번 사태로 ‘대학 구조조정을 명분으로 한 교육부의 획일적 재정 지원사업’의 맹점이 다시 한 번 그대로 드러났다. 교육당국이 재정지원을 미끼로 대학을 길들이려 한다는 비판은 지난 프라임사업 진행중에도 제기됐다.
유럽 대학의 시초는 학생들 중심의 교육공동체였다고 한다. 학생들이 학문을 구하고자 스승을 모셔왔고, 이러한 집단이 규모화 되며 대학으로 발전했다. 자연스럽게 교수를 대표하는 총장을 비롯한 대학 경영진이 구성되고 학생을 대표하는 학생회가 구성됐다.
따라서 대학의 의사소통은 양방향이 돼야 한다. 한쪽이 우위를 점하는 것은 곤란하다.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우리대학의 거버넌스 체계에 대한 점검도 필요해보인다.
무엇보다도 교육부가 계속해서 돈줄을 쥐고 대학을 유혹하는 정책을 바꾸지 않는다면 이와 같은 사태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대학은 이러한 일회성 정책에 휘둘릴 것이 아니라 교육적 철학을 구현하고 학문발전의 소명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대학의 길이고, 교육의 길이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