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펀드, 청년배당·수당 등에 “청년들 배짱이 된다”는 비판 뿐 …‘청년에 대한 신뢰’ 담는 것이 열쇠

▲서울시가 보건복지부의 ‘직권취소’에 반발하며 내건 거리 광고판. '청년의 삶까지 직권취소할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월 한국의 청년 실업률이 ‘IMF구제금융’ 직후인 1999년 이후 역대 최고치인 12.5%에 도달했다. 
취업문 또한 좁아졌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공채 계획이 있는 146개 사의 전체 채용인원이 9121명으로 지난해 하반기 1만107명보다 9.8% 줄었다.
실업률은 높아지고 취업률은 낮아지는 가운데 탈출구로 마련된 청년정책들 또한 ‘포퓰리즘’을 이유로 흐지부진한 상태이다.

청년들의 취업난이 계속되면서 국내외를 막론하고 많은 청년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그 예로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청년희망펀드와 서울시 청년수당, 성남시 청년배당 등의 정책이 운용되고 있다. 하지만 청년정책 속 청년은 우리인가? 주인 잃은 청년정책, 그 속을 파헤쳐봤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청년희망펀드, 서울시 청년수당, 성남시 청년배당 등은 모두 취업을 준비 중인 20대 청년들을 위한 정책이다. 이 정책들은 비슷한 목적을 가졌지만 다른 방식으로 청년의 삶 속에 공존하고 있다.

 

우리의 청년정책, 어디까지 왔나

 우선 청년희망펀드는 청년희망재단에서 운영하는 기부형식의 펀드이다. 기부금은 청년희망재단에서 운영하는 각종 사업에 사용된다. 주된 사업으로는 멘토링 서비스, 모의면접, ‘온리원 기업 채용박람회’ 등이 있어 청년과 기업 사이의 ‘일자리 매칭’ 역할을 하고 있다.
 그에 반해 서울시 청년수당과 성남시 청년배당은 금전적 지원으로 청년들의 자기계발을 돕는다. 서울시 청년수당은 서울에 1년 이상 거주한 청년(만19~29세 이하) 중 가구소득, 미취업기간, 부양가족 등을 고려하여 선정한다. 만약 재직자라면 주 30시간 미만의 단기근로자여야 한다. 이렇게 선정된 이들은 최대 6개월간 월 50만 원을 현금으로 지원받게 된다.
 성남시 청년배당은 성남에 3년 이상 거주한 만 24세의 청년들에게 재산, 소득, 직업에 상관없이 지급된다. 분기별로 12만5천 원씩 연 50만 원을 지급하지만, 현금으로 지급하는 서울시와 달리 지역 상품권(성남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한다.
 이렇게 운영되는 청년정책에 문제는 없을까? 첫 번째로 청년희망펀드는 홍보 부족으로 사업을 더 넓게 펼치지 못하고 있다. 청년희망펀드를 검색해서 나오는 기사들뿐만 아니라 재단 홈페이지에서조차 자세한 사업설명보다는 기부금액이 더 강조되어 있다. 또한, 청년희망재단 매니저 황수영씨는 “홍보를 위해 콘서트를 기획한 적이 있다. 재능기부로 이루어진 콘서트였지만 기부금을 콘서트에 사용한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에게 비난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그런 홍보행사를 지속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고 밝혀 홍보부족의 실태를 보여줬다.
 두 번째로 수혜범위 또한 문제로 손꼽힌다. 외국의 경우 청년을 25세까지로 보지만, 우리나라는 군대라는 특수성 때문에 청년 실업률을 계산할 때 29세까지로 본다. 하지만 성남시의 경우 지원범위를 24세라고 한정해 놓은 탓에 우리나라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세 번째로 선발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서울시의 경우 활동계획서를 받아 심사를 통해 선발한다. 이에 대해 ‘청년이 여는 미래’ 백경훈 대표는 심사의 기준이 되는 활동계획서는 사실 빈곤의 정도와 관계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선발된 청년들은 활동계획서를 잘 쓴 청년들이라고 지적했다.


스펙지원용 정책은 그만해야

위의 세 가지 정책만이 문제를 갖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다양한 청년정책은 모두 근본적인 고질병을 앓고 있다. 바로 ‘근본적인 해결’이 결여됐다는 점이다. 백 대표는 “인기는 없어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이야기하는 정책, 정책담당자, 정치지도자를 찾기가 어렵다. 이런 호들갑을 걷어내면, 결국 청년 실업 문제의 본질은 그대로 남아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시행되고 있는 대부분의 청년정책은 창업이나 취직을 위한 ‘스펙 쌓기’를 지원한다. 하지만 일자리는 한정되어 있어 결국 또다시 일자리를 두고 기성세대와 청년, 혹은 청년끼리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이는 우리나라의 청년정책이 이제는 ‘일자리 매칭’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청년정책, 다양성  제고해야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수많은 청년정책 중, 화가를 꿈꾸거나 연극을 하고자 하는 청년을 지원하는 정책이 몇 가지나 있을까? 이는 획일화 된 정책들이 청년들의 다양성을 포괄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마저도 수도권이나 대도시에 집중돼 있어 지방의 청년들 또한 사실상 청년정책에서 빗겨나게 된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범운영 후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 하더라도 지방의 청년들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청년실업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마다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청년을 지원한다. 그중에서도 청년실업률을 낮추는데 실제로 이바지한 호주의 청년정책이 눈길을 끈다. 호주의 Job active라는 사업은 고용부가 고용주와 구직자를 연결하는 사업으로서, 우리나라의 인턴십이나 희망펀드와 유사하다.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은 추가적인 비용지원이다. 이 정책은 구직자가 직업을 일정 기간 유지할 시 최대$4000(약 340만 원)가 추가로 지원된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한 고용주에게도 $6,500(약 550만 원)이상의 보조금이 지원된다. 그뿐만 아니라 지방으로 내려가거나 가족과 떨어져 지내면 추가적인 비용을 지급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취업 후엔 지원이나 관리를 받기 어렵다. 하지만 호주는 임금 외에 추가적인 비용을 지급함으로써 정책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게 하고, 활발한 구직활동과 직업활동을 가능하게 한다.
 한편, 청년을 지원하는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지원이 오히려 청년의 노동의욕을 저하시키고,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일각에서 나온다. 정말 그럴까?
독일의 Mein-grundeinkommen(나의기본소득)이라는 실험은 한국의 이러한 걱정을 잠재워준다. 이 실험은 기부자들에게서 돈을 모은 뒤 추첨을 통해 기본소득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한다. 당첨자에게는 1년 동안 매달 1000유로(130만원)를 지원하며, 사용처에는 전혀 제약이 없다.  수혜자들은 그 돈을 어떻게 사용했을까? 대부분이 교육 프로그램을 등록해 직업 교육을 받았다. 일부는 건강을 치료했고, 학교에 진학했다. 이 돈을 가지고 유흥업소에 가거나, 사치품을 산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결과적으로 혜택을 받은 사람들의 고용률이 증가했고, 삶의 질이 향상됐다.

 

핵심은 청년에 대한 믿음

우리나라와 외국 정책의 가장 큰 차이점은 경험에 대한 지원과 청년에 대한 믿음이다. 호주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바로 기업에 들어가 일을 할 수 있도록 현장직무 경험이 적극적으로 지원되는 반면, 우리나라는 가시적으로 당장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 그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단지 고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고용 이후에 그에 맞는 대우를 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수혜자 중 한 명은 “왜 사람들은 이웃이 기본소득을 받으면 일을 그만두고 게을러질 거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인생에서 뭔가를 성취하려는 욕구는 모두가 똑같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회적 신뢰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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