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설정값’을 이겨낼 힘을 지닌 존재다

최근 현실세계와 웹툰 속 세계를 넘나드는 드라마 ‘W’가 인기를 끌고 있다.
웹툰 속 주인공 이종석(강철 역)은 현실세계에서 넘어온 한효주(오연주 역)를 통해 자신이 살던 세계에 의구심을 품고 파헤치기 시작한다. 결국 이종석(강철 역)은 자신이 살아온 인생이 자유의지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작가가 그려낸 이야기에 불과하다는 것에 도달한다.
사실 ‘누군가가 정해놓은 설정값에 따라 살아가는 삶’이라는 주제는 낯설지 않다. 사람들은 영화 ‘트루먼쇼’와 ‘매트릭스’를 통해 이미 접해 본 클리셰에 왜 신선함을 느끼며 다시금 빠져드는가.
바로 ‘무언가를 따라 사는 삶’이 실제 우리의 삶과 너무도 닮아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수저계급론이 대두되고 있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수저계급론에 따르면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 은수저 혹은 흙수저를 쥐고 태어난다.
이는 부모의 부나 명예 또는 권력이 그 자식들의 주변 환경과 미래를 어느 정도 결정한다고 본다. 태어날 때 주어진 설정값이 그들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러한 설정값이 우리를 둘러싼 현실을 전부 결정한다면 너무 슬프지 않을까. “인생은 B(Birth, 탄생)과 D(Death, 죽음) 사이의 C(Choice, 선택)이다.” 사르트르는 이와 같은 말을 남겼다. 태어나서 죽기 전까지 선택의 연속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이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선택’이라는 인간의 ‘능동적인’ 결정이 필요한 상황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하며 본인의 ‘의지’를 감추려는 것처럼. 하지만 어떤 환경에서 자라왔든 우리가 인생에서 마주할 선택들은 온전히 스스로의 결정에 달렸다.
다시 드라마 ‘W’를 살펴보자. 최연소 사격선수로 성공가도를 달리던 주인공 이종석(강철 역)은 괴한에게 온 가족이 살해된 것도 모자라 가족 살해범으로 지목받으며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진다. 좌절한 그를 한강다리에서 떨어트리려는 작가에게 반기를 들 듯 그는 난간을 붙잡는다. 작가로부터 부여받은 설정값을 바탕으로 살아온 그에게 자유의지가 생겨난 것이다.
살아남은 이종석(강철 역)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분명 뻔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당신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당신’이라는 것. 게다가 ‘주인공’과 ‘우리’는 다를 게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다. 우리에게도 난간을 붙잡을 힘, 즉 한계에 부딪혀 넘어질지언정 충분히 이겨낼 의지가 내재돼있다는 걸 알려준다. 
현실에 걸려 넘어지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라 한들 넘어지는 것이 아프지 않을 리가 없다. 하지만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설정값이 나에게 지정되어 있느냐가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으로서 어떤 세상을 만들어 가느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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