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당선 동문 인터뷰 부산 북·강서갑 국회의원 전재수(역사교육 97졸) 동문

두 달 전 치러진 4.13 총선 결과는 한마디로 이변의 연속이었다. 여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모두의 예상과는 달리 16년만에 여소야대 정국이 만들어졌고, 절대 깨지지 않을 것 같던 지역주의가 허물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 이변의 중심에는 전재수(역사교육 97졸) 동문이 있었다. 그는 선거과정에서 야당후보에게 험지인 부산에서 천명이 넘는 지역주민들로 선거대책위를 꾸려 관심의 대상이 되기도 했고, 총선에서 55.92%라는 과반이 넘는 득표율로 당선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지금도 스스로를 국회의원 보다는 한 명의 이웃사람으로 소개하고 있다.
따뜻한 이웃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 정치를 하고 싶다는 전재수 동문. 앞으로 그가 만들어갈 정치는 어떤 모습일까.

 

전재수(역사교육 97졸) 동문

“사실 지금 내가 하는 이야기도 깨는 이야기잖아?”
인터뷰 내내 그가 하는 말은 정말 깨는 이야기였다. 그동안 가져온 정치인에 대한 생각을 깨는 이야기였고,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우리 삶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이야기였다. 대체 그는 어떤 사람일까. 우리의 생각을 깨운 사람, 전재수 동문을 만났다.
전재수 동문은 우리대학 역사교육학과 90학번으로 입학했다. 역사교육학을 전공으로 선택한 것도 남다른 이유가 있었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전교조원이라는 이유만으로 해직당한 한 선생님 때문이라고 했다. 그전까지만 하더라도 전재수 동문은 세상이 평화롭고 정의롭다고 생각했지만, 부당하게 해직당한 선생님을 보니 그런 그의 생각이 모두 바뀌었다. 그때부터 역사를 제대로 배워 세상을 정의롭게 바꿔보자는 결심을 하게 됐고 역사교육학과에 입학했다.

 

정치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어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정의감 때문이었을까. 다른 친구들은 대학 합격 소식을 듣고 즐겁게 놀기 바빴지만 그는 달랐다. “1989년 크리스마스 이틀 전이 합격자 발표 날이었다. 합격자 발표를 확인하자마자 바로 데모하러 서울로 올라왔다”며 “입학 후의 학교생활도 대부분의 시간을 학생운동으로 보냈던 것 같다”고 대학시절을 기억했다.
학생운동에 열심이었지만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후에는 국회의원 보좌관, 청와대 행정관 등으로 계속 정치인의 삶을 살아왔다. 열혈 운동권이었던 그가 제도권 정치로 방향을 바꾼 계기가 무엇일까. “결정적 계기는 남북정상회담이었다. 수년 동안 많은 사람들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진전이 없던 남북관계를 김대중 대통령이 정상회담 한방으로 진전시키는 모습을 보며 정치의 힘을 느꼈다. 그때부터 사회를 변화시키는 가장 큰 힘은 정치라고 생각하게 됐다.”
정치만이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굳은 신념을 가지고 선거에 도전했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그가 자라온 부산에서 구청장과 국회의원 선거에 3번이나 도전했지만 연거푸 떨어졌다. 그 과정에서 가족들의 반대도 심했다. 하지만 도전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낙선 후, 해보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런데 아무 것도 나를 즐겁게 하지 않았다”며 “유일하게 선거가 다가올 때만 심장이 뛰는 것 같았다. 이웃들 속을 누빌 때 내가 행복했다. 그래서 포기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내가 행복해야 주변 사람도 행복해

그렇게 자신의 정치 과정을 얘기하던 그는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그는 얼마 전, 부산 모교에 강연을 가서 학생들 장래희망을 물었더니 대부분 교사, 공무원이었던 사실에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말을 시작했다.
“대체 왜 자신의 삶을 남이 원하는 대로 살고 있나?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내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인지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당장 그만둬라. 그게 행복해지는 길이다.”
그가 말하는 행복은 타인을 위한 희생을 중요시하던 기존의 행복과는 달랐다. 스스로의 행복이 타인까지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만약 몇 번의 낙선 후, 주변의 반대에 부딪혀서 선거 출마의 뜻을 꺾었다면 비실비실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 모습을 가족들이 봤다면 아마 더 힘들어 했을 것이다.”
덧붙여 전재수 동문은 오늘날 대부분의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만 매달리는 현실에 대한 정치의 책임도 인정했다. “청년들이 도서관에서 보내는 시간, 그 에너지를 우리사회의 다른 쪽으로 돌리면 어마어마한 것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사실 이것을 정치가 해야 한다. 그게 정치의 역할이다. 그런데 그동안 안하고 있었다.”
분명 그의 모습은 기존에 우리가 봐왔던 기성세대나 정치인과는 달랐다. 자식을 위한 희생을 말해오던 기성세대와 달리 그는 부모 스스로가 행복해야 자식을 바라보는 눈빛도 따뜻해 질 수 있다는 말을 하기도 하고, 부국강병을 말하던 기존의 정치인과는 달리 그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그 나라 안에 사는 한사람, 한사람의 행복이라고도 했다. 

 

정치인은 만능엔터테이너

인터뷰 내내 전재수 동문은 정치를 외면할수록 오히려 정치는 그 사람의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는 말로 정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정치인의 조건은 무엇일까. 자유로운 생각을 가지고 있는 그여서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마저도 특별했다.
그는 “정치란 ‘생물’이라 정치인이 되기 위한 규정된 틀도 없다”며 “다만 야성적인 기질은 필요하다. 야성은 들판에 외로이 홀로 서있을 수 있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이쪽을 가리킬 때도 저쪽을 가리킬 수 있는 것, 그게 정치인이다”고 야성적인 기질을 강조했다.
정치인은 만능 엔터테이너가 될 필요성이 있다고도 했다. 그는 정치인의 자질에 대해 “시장에서 사람들 껴안고 웃다가도 카메라를 딱 들이대면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논리를 펼쳐야 한다. 어려운 사람을 보고 울다가도 불의를 보면 화를 내야 한다”고 말하며 다양한 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정치인은 사실 엄청나게 진화된 사람이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3전 4기의 도전 끝에 자신의 꿈을 이룬 현재, 전재수 동문은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기 위한 교육 격차 해소법을 준비 중이다. 타인은커녕, 나 스스로도 행복해지지 못하는 지금의 우리들에게 그의 모습은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스펙 쌓기에 바쁜 요즘, 오늘 딱 하루만 책을 덮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자신에게 물어보자. 진짜 자신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것이 무엇일지.
특별취재팀 dgupress@dg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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