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110주년 특집기획 동국을 만드는 나눔 <4> 신성약품 회장 김진문 (경영 71졸) 동문

신성약품 회장 김진문 (경영 71졸) 동문

‘약사를 상대로 약을 팔던’ 경영대 출신 영업사원이 마침내 굴지의 제약회사 회장이 됐다. 목표를 위해 생소한 의약 지식도 달달 외던 그였다. 김진문(경영 71졸) 동문의 이야기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는 우리나라 제약회사의 도약을 꿈꾸며 의약품 유통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김 동문은 ‘무신불립’(無信不立)이란 창업정신과 믿음을 바탕으로 회사를 이끌어가고 있다.

 

“영업사원 시절, 동기가 병원에 새 약품을 영업하러 갔는데 의사가 너무 바쁜 나머지 만나주지 않았다. 그래서 환자명단에 이름을 적고 진료실에 들어가 의사를 만났다. 이처럼 끈기 있게 몰두하면 답이 나온다.”
김진문 동문의 말을 듣다보니, 끈기 하나로 의약품유통시장을 선도해온 그와 이야기 속 인물의 모습이 자연스레 겹쳐졌다.
 

창업, 미래를 보고 열정을 태워라

김진문 동문은 올해로 의약품 시장에 뛰어든 지 47년이 되어간다. 그는 취업을 준비할 당시 모두가 선호하던 금융계를 마다하고 제약시장에 뛰어들었다. “10년 뒤까지의 발전을 내다보고 선택하라”는 학교 선배의 조언에 고심하던 그는 의약시장의 꾸준한 발전을 예상하고 의약계로 발을 디뎠다. 김 동문이 ‘한일약품공업’ 에 들어가 제일 먼저 한 것은 6개월 간 의약품 교육을 받는 것이었다.
“공자 앞에서 문자 쓴다고 할까. 약사와 의사들을 상대로 제약영업을 한다는 것이 상당한 전문지식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경영학을 공부한 나로서는 어려움이 많았다”며 그는 당시의 고충을 토로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는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비포장도로를 8시간이나 달려야만 도착하는 광주지사에 발령받았다. 하지만 김 동문은 일을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전국지사를 관리하는 영업본부장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다.
제약회사의 풋내기 영업사원이던 그는 이제 어엿한 제약유통업계의 큰 손으로 자리 잡았다. 김 동문은 “에이브러햄 링컨은 사람 나이 사십이 되면 자기 얼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나는 마흔에 내 얼굴과도 같은 회사를 설립해야겠다고 결심했다”며 신성약품을 설립한 계기를 밝혔다.

 

무신불립 정신으로 믿음을 향하여

김진문 동문은 “내가 영업사원으로 일할 당시에는 제약회사가 생산과 유통을 함께했다. 하지만 미국이나 일본의 큰 제약회사들처럼 발전하려면 유통 분야가 독립돼야 하겠구나 싶었다”며 의약시장의 미래를 새로이 밝히고 싶었던 당시의 포부를 말했다.
김 동문의 포부는 다짐에서 그치지 않았다. 알고 지내던 병원장을 찾아갔다가 병원 창고에 몇 백 개나 쌓인 의약품을 발견한 그는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다.
“의약품 관리는 원래 병원이나 약국에서 관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병원에서 재고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을 보고 병원장님께 우리 회사에서 의약품을 관리해주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렇게 김 동문은 첫 거래의 물꼬를 텄다.
덧붙여 김 동문은 “처음에는 직원들이 직접 그곳에서 약품을 관리해야 해 재고관리와 자금 부담이 컸다”며 당시의 고충을 밝혔다. 하지만 “그는 신뢰관계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포기할 수 없었다”며 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던 비결을 전했다. 이는 ‘무신불립(無信不立)’, ‘믿음 없이 설 수 없다’는 그의 창업 정신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김 동문의 무신불립 정신은 직원들과의 소통에서도 잘 나타난다. 그는 “故정주영 회장은 신입사원 교육 때, 사원들과 씨름을 했다”며 그 역시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지내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실제로 그는 직원들과 함께 운동을 다닐 정도로 자주 교류하며 허물 없이 지내고 있었다. 그는 “작년에도 직원대표와 팔씨름을 했다”고 말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직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김 동문의 리더십 덕분일까. 2013년 물류창고를 동대문에서 김포로 이전할 당시, 직원 중 어느 누구도 불평 않고 회사의 결정을 따랐다. 이처럼 직원들이 김 동문의 방식을 믿고 따를 수 있었던 비결은 신뢰와 편안한 분위기였다.
그는 리더의 덕목을 묻는 질문에 “올바른 비전을 설정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리더는 전체 조직원들이 그 비전을 함께 꿈꾸고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 능력을 갖췄을 때 구성원으로부터 신망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창업과 취업의 갈림길에 선 청춘에게

현재 많은 대학생들이 ‘회사에 취직할 것인지 창업을 할 것인지’로 고민하고 있다.
이에 김 동문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젊은이들이라면 마음껏 창업에 도전하라고 권장하고 싶다”며 청년창업에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는 창업시작 전에 반드시 전문적인 기술과 지식을 갖출 것을 강조하며, “다양한 경험을 한 후 ‘어떤 구도로 사업이 진행되겠구나’ 확신이 드는 시점에서 창업해야 성공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또한 그는 “전문적인 기술을 가진 이가 아니라면 안정적인 성공을 위해 자신의 경우처럼 10년 이상 직장생활을 해 보고 창업을 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김 동문은 “창업은 위험을 무릅 쓰고 자신의 책임 하에 도전하는 과정”이라고 조언하며, 혹여나 준비 없이 창업에 뛰어드는 후배가 있을까 염려했다. 또한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는 도전정신’, ‘치밀한 시장분석’, ‘혁신적인 사고’, ‘아이디어 능력’ 등을 창업 준비의 필수 요소로 꼽으며 이러한 요건들이 충족된 상태에서 창업하기를 권고했다.
또한 김 동문은 창업이 아닌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오히려 중소기업에서 다양한 기술과 경험을 습득할 수 있고 대기업에 있을 때보다 은퇴시점을 10년 이상 더 늘려 일할 수 있다”며 조언을 건넸다. 이어 “요즘 어려운 취업문제도 이름 있는 대기업에만 매달리지 않으면 해결할 수 있다”며 취업의 폭을 넓게 바라볼 것을 권했다.

 

청춘, 목표를 갖고 정진하라

“초등학생 시절, 눈이 오는 날이면 흰 눈에 찍힌 내 발자국을 돌아보곤 했다. 그냥 걸어가면 발자국이 비틀비틀 찍혀있었는데 국기게양대를 바라보면서 걸어가니 발자국이 올곧게 나있었다.”
마지막으로 김 동문은 초등학생 시절을 회상하며 막연한 꿈을 꾸고 안일한 기대를 거는 청춘들에게 목표를 갖고 매일 정진할 것을 당부했다.
오늘날 학생들은 자기소개서에 한 줄이라도 추가하기 위해 대외활동을 나가고 공모전을 준비하는 등 쉴 새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그들 중 뚜렷한 목표 없이 무작정 많은 활동에 참여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47년 동안 의약품 하나만 보고 걸어온 김진문 동문. 그의 행로를 따라 우리 학생들도 행동에 앞서 자신만의 명확한 목표를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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