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어느 빈민가에는 ‘까마귀 알’ 형제가 산다. 계란 살 돈이 없는 그들에게는 까마귀 알이 최고의 간식이다. 어느 날, 까마귀 둥지가 있던 나무가 잘리고 그 자리에 꿈의 음식 ‘피자’를 파는 가게가 들어선다.
이때부터 형제에게는 한 가지 목표가 생긴다. 바로 피자를 사 먹는 것.
누군가가 먹다 남긴 것이나, 할머니의 야매피자가 아니라 피자가게에서 당당하게 사먹는 것이다. 형제의 꿈은 절대 막연하지 않다.
땅에 떨어진 석탄을 주워 하루에 3루피를 벌던 형제는 앞으로 매일 10루피씩 벌어 30일 후에 피자를 사 먹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다. 우연히 만난 한 남자는 형제가 쉽게 돈을 벌 수 있도록 도와주기까지 한다. 형제는 갖은 노력끝에 피자를 살 수 있는 돈을 마련하게 된다.
‘가난한 형제가 열심히 돈을 모아 피자를 사먹었다’로 아름답게 영화를 끝냈다면 어땠을까. 안타깝게도 피자가게 입구에서 만난 경비원의 저지에 그들의 노력은 보잘 것 없어진다. 돈을 가져갔음에도 불구하고 형제는 피자가게에서 내쫓긴다.
아무리 돈이 있다고 설명해도 피자가게 경비원은 형제가 빈민가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외면한다. 처음 들어보는 빈민가라는 단어에 아이들은 어리둥절할 뿐이다. 그날 집에 돌아온 형제는 묻는다. “할머니, 빈민가가 뭐야?” 아이들은 그날 어른들 옆에서 계급과 차별에 대해 배운다.
‘행복까지 30일’은 단순히 빈민가에 사는 형제가 피자를 먹기까지의 사건만을 담아내지 않았다. 영화는 빈민가라는 거대한 포장지로 불공평을 덮어버린 기득권층의 폭력성을 강하게 그려내고 있다. 어른들은 마을에 피자가게를 세우기 위해 아이들의 식당과 운동장을 빼앗는다. 놀 곳을 잃어버린 아이들은 위험한 기찻길로 내쫓기거나 길 건너편에서 피자가게만 하염없이 바라보게 된다. 하지만 미안해하는 사람도,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없다.
안타깝게도 이것은 인도의 빈민가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헬조선’, ‘금수저’, ‘88만 원 세대’라 불리는 우리 사회의 민낯이기도 하다. 해결되어야만 하는 수많은 문제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N포세대라는 단어로 불편함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대학에서 학생들은 여전히 대자보로 목소리를 내고, 방학 때조차 자기계발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금수저가 아니더라도 이루고자 하는 뚜렷한 목표를 향해 능동적인 삶을 살고 있다. 이런 우리가 대체 무엇을 포기했다는 걸까.
잔인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노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스에서는 연일 청년층의 포기에 대해 떠들어댄다. 하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았다. 사회는 N포세대라는 말로 문제 해결을 외면하려는 자들에게 면죄부를 부여하고, 아직 성장 중인 우리를 짓밟는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듯한 이 단어에 우리는 분노한다.
과거의 청년세대들이 그러했듯, 현재의 우리도 열정이 넘치고 도전정신이 가득하다. 하지만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는 모든 것을 포기한 세대로 정의되고 있다. 우리 스스로가 이 꼬리표를 빨리 떼지 않으면, 미래에는 ‘포기한 패배자’라는 오명을 쓰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제 N포세대이기를 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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