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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3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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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와 범죄피해자 보호
박윤석 / 법학과 87졸 대구지검 의성지청장

일반인들은 검사가 죄를 지은 사람을 처벌하는 역할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검사는 죄를 지은 사람으로 인하여 피해를 보고 고통에 시달리는 피해자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역할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피해자 보호를 실천하고 있다.
과거의 형사사법 시스템은 수사과정에서 죄를 지은 피의자에 대한 고문금지 등 피의자의 인권보장이 중요시되어왔으나 1970년경부터 피의자의 범죄로 인하여 울고 있는 범죄피해자도 국가가 보호해야한다는 논의가 본격적으로 대두됐다. 이런 추세에 따라 우리나라 검찰도 수사, 재판, 집행의 각 형사절차마다 피해자를 보호하는 장치가 마련됐으며 이 과정에서 검사들도 사건처리과정에서 가해자 처벌과 더불어 피해자의 피해회복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수도권에 근무할 때 중학교에 다니던 여학생이 친아버지와 친척들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가해자들은 모두 중한 처벌을 받았지만 그것이 끝은 아니었다. 어린 나이에 큰 상처를 받았을 피해자를 돌보아야 하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그 피해학생은 결국 더 이상 가족과 같이 살지 못하고 집을 나와 주유소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떠돌이생활을 하게 됐다. 나는 피해자를 수차례 면담하면서 당시 가장 절실했던 피해자가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멘토를 연결해주어 수시로 아이를 돌보면서 정신적 상처를 치료해주었으며, 다시 학교에 다니면서 직업훈련을 받도록 조치를 해주었다.
그로부터 몇 년이 흘러 다른 지방에 근무를 하고 있을 때 청첩장이 날아왔다. 그 피해여학생이 학교를 졸업하고 첫 직장에서 만난 같은 또래의 남자와 결혼을 한다는 것이었고 가슴이 훈훈해짐을 느꼈다.
검찰에서는 위와 같은 강력사건 뿐 아니라 사기 등 각종 고소사건에서 ‘형사조정’이라는 제도를 통하여 피해자를 보호하기도 한다. 지방에 근무할 때 일이다. 서울에서 시골로 귀농하는 사람이 집을 짓는 과정에서, 마을 사람들은 자신의 토지를 침범하여 집을 짓는다는 이유로, 귀농하는 사람은 마을사람들이 집으로 가는 길을 못 다니게 한다는 이유로 서로 피해를 입었다면서 쌍방고소를 한 사건이 있었다.
검사실로 불렀을 때 처음에는 서로 감정이 너무 악화되어 있어 서로 쳐다보지도 않으려 했으나, 수차례의 설득을 통해 지역에서 덕망이 많은 형사조정위원들과 합의점을 도출하도록 형사조정에 회부했다. 결국 여러 번의 조정을 거친 결과 서로 양보하여 사건은 원만하게 합의됐고 이들은 지금도 같은 마을에서 정을 나누면서 평온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처럼 검사들은 처리하는 사건마다 발생하는 피해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라는 화두를 항상 생각하면서 피해자가 하루속히 회복되어 일상으로 돌아가는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있다.

박윤석  법학과 87졸/대구지검 의성지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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