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면 / 경영학과 교수

옥시가 만들어 판매한 문제의 가습기 살균제는 지난 2001년 이후 2011년까지 무려 십여년간 대형마트인 홈플러스나 롯데마트, 이마트 등을 포함하여 일반 편의점에서까지 약 453만개가 판매되었다. 인체에 치명적인 PHMG 화학물질로 인해 어린 유아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아이에게도 안심”, “인체에 안전한 성분”이란 표현을 믿었던 많은 소비자들은 호흡기 환자가 되어 고통을 받고 있다.
때늦은 검찰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인체에 해롭다는 사실을 알고도 계속 판매했다는 점이다. 법적인 처벌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으나 일반 국민들의 분노에 이어, 구체적인 불매운동도 확산되어 가고 있다. 잘못을 하면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국가의 공권력이 미흡하다면 일반 시민들이 힘을 합쳐 혼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이러한 사건을 흔하게 만나 왔다. 땅콩회항이나 라면상무 사건과 같은 대기업 오너들의 이해하기 어려운 갑질 행동에서부터 동네 상권 장악, 중소기업의 아이디어를 힘으로 빼앗아가는 대기업의 이야기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원진레이온의 신경독가스 노출과 중독, 공업용 우지를 사용한 라면과 같은 고의적인 사건부터 시작해서, 반도체 용제로 인한 백혈병 발병까지 우리는 비윤리적인 기업들의 행동을 접해 왔다.
물론 방송광고를 보면 산골에 가서 어르신을 모시고 영화를 보여주는 자동차 무료 렌탈, 독거노인에게 도시락 전달, 겨울에는 연탄 배달, 사회적 기업의 적극적인 지원 등 대기업의 아름다운 모습들도 많다. 그렇지만 이러한 아름다운 모습보다는 앞에서 본 화나고 무서운 모습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우리는 남에게 돌을 쉽게 던지지만, 나에게는 잘 던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나는 급하니까 새치기를 해도 되지만, 남이 끼어들기를 가만두지 않는다. 편리함을 이유로 일회용품을 수도 없이 사용하면서도, 나는 귀찮다는 이유로 분리수거도 하지 않는다. 지식을 배우는 학교에서의 분리수거도 잘 되지 않는데, 사회 전체적으로 분리수거가 잘 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싼 가격을 원하면서 적정한 임금을 지급하고, 올바른 원료를 사용하라고 기대하는 것은 모순이다.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가 아프리카에서 노예노동을 통해 수집되지만, 달콤한 초콜렛이 되면 그만이다.
정리해고를 통해서 주가가 올라가면, 그 회사 주식매입에 주저함이 없다. 소비자이면서 투자자인 우리가 바뀌지 않는 한 기업도 바뀌지 않고, 윤리경영도 기대하기 어렵다. 기업들은 잘못해도 걸리지 않는 경영에 더욱 매진할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기업이었던 옥시는 2001년에 영국계 회사인 레킷벤키져에 합병되어 옥시레킷벤키져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옥시 사건이 불거진 지 한 달이 됐지만, 이 레킷벤키져의 주가는 지난 4월 29일 6,654GBp에서 5월 23일 6,835GBp로 2.7% 상승했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