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가씨’(감독 박찬욱)의 개봉이 다가오며 원작소설 핑거스미스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영화 '아가씨'는 동성애 베드신 등으로 주목을 끌고 있지만 사실 원작소설 핑거스미스는 에로틱하기만 한 소설이 아니다. 베드신과 같은 자극적인 소재를 제외하고도 충분히 매력적인 핑거스미스를 두 가지 관전포인트로 살펴보자. 
첫 번째 포인트는 복선이다. 소설은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런던의 도둑소굴인 랜트 스트리트에서 서막을 연다. 그곳에 사는 주인공 ‘수’에게 어느 날 사기꾼 ‘젠틀먼’이 찾아온다. 그는 수에게 자신이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게 될 아가씨 ‘모드’와 혼인하여 유산을 가로챌 계획을 들려준다. ‘유산’의 유혹에 넘어간 수는 젠틀먼을 도와 모드의 하녀로 들어가게 된다.
하녀로 들어간 ‘수’에게는 특이한 능력이 있다. 그녀는 은화를 튕겨보고 소리만으로 은화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구분할 수 있다. 이러한 능력이 있는 수는 자신을 가리켜 “나는 보석이 아니다. 진주조차 되지 못했다.”라고 말한다. 자신을 보석이 아니라 칭한 수는 모드를 ‘나의 진주’라고 부른다. 이 표현은 소설의 복선으로 작용하며, 소설의 묵직한 자물쇠가 돼준다. 이는 이야기의 끝에 밝혀지는 수와 모드의 출생의 비밀이라는 열쇠와 맞물리며 독자를 충격에 빠뜨린다. 이외에도 소설에 등장하는 여러 복선들은 스토리 위를 달려온 독자들이 내용을 다시 생각하게끔 한다.
두 번째 포인트는 상징이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들의 이름 다음으로 많이 나오는 단어는 ‘장갑’이다. 장갑은 크게 두 가지를 상징한다. 첫 째로 장갑은 여성인권의 일그러진 단면을 나타낸다. 모드는 정신병원에서 태어나 열 살 때까지 그곳에서 자란다. 하지만 그녀는 삼촌 집에 온 뒤로 장갑 끼는 것을 강요받는다.
장갑은 너무 뻣뻣한 나머지 어린 그녀의 손가락에 멍을 새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삼촌의 명령에 의해 장갑을 벗지 못한다. 얌전히 장갑을 끼는 모드의 얼굴은 빅토리아 시대 아가씨들의 얼굴과 닮아있다. 즉, 모드는 빅토리아 시대를 살아간 ‘아가씨’를 대표하는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 그녀는 삼촌이 시키는 대로 성적인 도서를 낭독하는 등 그의 야욕을 채우기 위한 도구로 쓰인다. 장갑은 ‘아가씨’라는 이름하에 짓눌린 여성인권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드는 삼촌의 도서를 읽을 때만 장갑을 벗을 수 있다. 이 도서들은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외설적인 내용으로 가득하다. 그녀의 손은 삼촌의 욕망을 읽어 넘기는 용도로 사용되다가 모드가 수에게 사랑을 느낀 후 용도가 달라진다. 장갑에 갇혀 있던 모드의 손은 그녀가 상상하는 수를 읽어 넘기는 용도로 변한다. 모드를 가두던 작은 감옥은 그녀가 수를 사랑하면서 자신의 욕망을 누르는 장치로 변화한다.
두 가지 관전 포인트로 영화 ‘아가씨’의 원작 핑거스미스의 매력을 살펴보았다. 앞으로 개봉할

영화 ‘아가씨’에서는 이런 관전 포인트를 잘 살려서 혹은 이를 뛰어넘어 반전스릴러의 묘미를 잘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영화 ‘아가씨’를 관람할 관객이나 핑거스미스를 접할 독자는 자극적인 부분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작품 속에 숨어있는 의미들을 생각하며 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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