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진 기자

하나의 유령이 동악을 배회하고 있다. 대학의 민주화라는 유령이. 2014년 12월, 제18대 총장 선출과 관련한 종단 개입 의혹을 시작으로 우리대학은 지금까지 긴 싸움을 이어오고 있다. 작년 이맘때쯤 우리 동악에선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생각해보니 잊히지 않는 광경 하나가 떠올랐다.
축제를 즐기는 학생들, 그 뒤로는 조명탑 하나가 현수막을 나부끼며 외롭게 서있었다. 조명탑 안에선 종단의 선거 개입을 규탄하는 학생의 고공 농성이 이어지고 있었다. 어쩌면 그때부터 우리는 ‘그들’과 조금은 다른 길을 걷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일부 학생들은 현 학내 사태에 대해 ‘그들만의 리그’라고 표현하며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물론 사안에 대한 개인의 입장 차이가 있겠지만, 학내 사태에 관련해 학생 참여의 장이 부족했다는 점이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게 된 원인 중 하나로 지적받고 있다.
 작년 9월 성사된 학생총회 이후 많은 학생들이 모여 현 사태에 관해 의견을 개진할 장이 과연 있었던가. 총장과 전체 학생과의 면담이 번번이 무산된 후 현재 이뤄지고 있는 대부분의 행동은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한 소수 학생만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한태식 총장은 이를 겨냥한 듯, 한 교계 신문과의 취임 1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대다수 구성원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소수의 세력이 확정되지 않은 사항들을 기정사실처럼 호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이는 학교의 ‘대다수 구성원’인 학생들의 의견이 현 학내 사태를 해결할 중요한 실마리로 작용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그러므로 소수의 행동보다는 다수의 의견을 듣고, 참여를 독려하는 것이 현재 학생 대표자들이 속히 이행해야 할 과제다.
 이에 안드레 총학생회장은 “학교 측의 고소 후 예기치 못한 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응해야만 했기 때문에 학우들과 함께 논의하고 행동할 기회를 추진하기 어려웠다”며 “축제 이후엔 총학생회가 중심이 되어 여러 학우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올바른 동국대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길고 긴 싸움이다. 그동안의 성과가 헛되지 않으려면 이젠 1만 3천 동국대 학생들이 응답해야 한다. 동악을 배회하고 있는 대학 민주화라는 유령은 학생들의 의견과 참여가 모일 때 비민주적인 모든 것에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곧 도래해 현실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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