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이 개교 110주년을 맞았다. 학내 구성원 모두가 우리대학이 나아갈 방향을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다.
1906년 명진학교로 시작한 우리대학은 일제 강점기, 6·25, 4·19 등 혼란스러운 정치적·시대적 수난 속에서도 교육구국의 가치를 수호하고자 앞장섰다. 민주주의 기틀을 굳히는 시민항거, 학생운동의 선두를 주도했으며, 건학이념을 바탕으로 오랜 시간 명문사학으로서 사회적 역할을 수행했다.
오늘날 우리대학은 대학의 가치를 수호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는 비단 우리대학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분명 대학의 존재 가치에 대한 ‘동국대학교’만의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요즘 대학가가 구조조정으로 시끄러운 이유도 그 때문이다. 현재 교육부는 “기업과 사회가 원하는 분야의 인재를 더 많이 배출하도록 요구하는 구조조정”이란 명목을 내세워 취업에 유리한 이공계를 중심으로 대학구조를 개편하는 ‘프라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의 이러한 태도는 ‘연구와 교육’이라는 대학의 본질을 흔드는 행위이다. 대학 고유의 기능과 가치는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탐구하는 데에 근간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은 취업사관학교가 아니다”라는 주장과 대조적으로, 많은 대학들이 지성의 전당을 표방하면서도 대학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보다 국고보조금을 따오기 위해 사업을 운영하거나 경쟁적으로 교수의 논문 게시를 요구하고 있다. 학생들은 학문적 본질보다 취업의 본질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학점에 목메어 쉬운 강의를 찾거나 교수님의 말을 그대로 암기하는 방식으로 공부하고 있다.
이러한 세태의 원인을 학생과 교수, 대학당국의 잘못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현대 한국사회는 고학력시대를 맞아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대학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기준 역시 취업과 창업으로 변질됐다. 사회 풍조 자체가 대학으로 하여금 자신의 본질을 잃어가도록 종용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학은 자본주의적 가치관과 취업난의 폭풍 속에 놓였을지라도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놓아서는 안 된다.
우리대학 역시 고유의 교육철학을 기반으로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노력들은 모두 교육의 질적 향상으로 귀결돼야 마땅하다.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 이것이야말로 ‘동국대’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대학의 본질적 역할을 수행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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