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경 / 가정교육과 교수

사실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늘 그래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악과 비난의 소리가 커질수록 다시 차가운 무관심 속으로 던지질 것 같아 염려스럽다. 올해 들어 연일 보도된 아동학대, 성폭력 사건의 끔찍함을 생각하면, ‘아… 이 정도는 되어야 움직임을 만드는가’ 싶어 씁쓸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5월만 되면 어김없이 반복되는 ‘가정의 달’이 행사를 위한 행사 같아, 안타깝다.
가족은 본질적으로 쉬운 장(場)이 아니다. 노인, 중년, 청년, 아이 등 생애주기와 세대가 다른 사람들이 모여 있고, 화성과 금성에서 왔다고 일컬어지는 남녀가 모인 곳이다. 또 가족은 역할관계로, 부모가 있다면 ‘아들’이나 ‘딸’의 지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아들·딸 노릇을 해야 한다. 모든 관계에 ‘권력(영향력)’이 작동하기에 가족 역시 권력관계이다. 권력은 속성상 역동적이기에, 어린 자녀에 대한 부모의 영향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작아지며, 또 작아져야 한다.
이런 특성을 가진 가족 집단은 제한된 공간 안에서 매일의 일상을 전개한다. 불통과 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게다가 집안일과 가족과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일은 미뤄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기에 크고 작은 가정사는 해결되기보다는 회피, 무시, 무관심으로 처리되기 일쑤다. 오늘날 가족은 대표적 사적 공간이기에 가족 내 문제는 곪아 터진 ‘사건’이 되지 않는 한 잘 드러나지도 않는다.
많은 것이 그러하듯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망치게 되어 있다. 가족도 그렇다. ‘정성을 들인다’는 것은 사랑만으로 충분치 않으며 ‘어떻게’처럼 제대로 된 방법이 필요하다. 사랑과 관심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을 생각하면 제대로 된 의사소통의 기술과 소통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다. 가족생활에는 부드럽게 문제제기하기, 분노 조절하기, ‘나’의 상태·욕구·기분을 말하기, 들어주기, 타협하기, 무임승차하지 않기, 변화한 환경에 걸맞은 유연성 갖기 등에 관한 기술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가족 내 연대와 유대가 형성되고, 연대와 유대를 갖춘 가족의 소통은 분명하고 따뜻하다.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녀 사이에 연대와 유대가 없다면 가족이라 말하기 어렵다. 무늬만 가족인 가족은 의무나 일방적인 힘으로만 움직이기에 건조하며, 부서지기 쉬워 위험하다.
5월의 어린이 날, 어버이 날, 부부의 날 등의 ‘날’은 과연 진정한 가족을 만드는데 기능적인지 재고되어야 한다. 건강한 가족은 위기나 변화에 강한 가족을 말하며, 가족 내 안팎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잡아함경’에서 가족의 연대와 유대는 거창한 것이 아닌 작은 실천이 모여 만든다고 말하고 있다. 현관문을 드나들 때 반갑게 인사하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여러분에게는 ‘가족’이 있는가?
“즐거울 때 같이 즐거워하고, 괴로울 때 같이 괴로워하며,
일을 할 때는 뜻을 모아 같이 하는 것을 가족이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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