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국 / 신문방송학과 교수

매 학기 수업계획서를 짤 때마다 시험과 과제의 양에 대해 고민한다.
‘시험을 몇 번 보는 게 좋을까? 보고서는 몇 번 내게 하는 게 좋을까? 매주 과제를 줄까? 아니면 기말에 한꺼번에 받을까?’ 이런 저런 고민을 하다가 신통한 해답을 찾지 못할 때 학생들의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 본다.
‘가만있어봐라... 3학점 과목 7개를 신청하면 21학점, 그렇다면 일주일에 최소한 20시간 정도는 강의실에 앉아 있어야하고, 아르바이트라도 하게 되면 일주일에 최소 10시간에서 최대 20시간 소비는 기본. 나름대로 취업 준비도 해야 하고, 동아리나 소모임 활동도 할 것이고, 학원 1-2개 정도는 다닐 것이고, 젊은 청춘들이니 데이트도 좀 하고 친구들과 술도 한 잔 해야 할 텐데...’
그런 거 다 빼고 나면 도대체 수업 한 과목에 추가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면 슬슬 작년 수업계획서를 꺼낼 때가 된 것이다. ‘그래, 특별히 문제 제기 없었던 대로 가자. 괜히 욕심내서 이거 저거 시키면 애들만 피곤해져.’
이렇게 대충 수업계획서를 지난해와 비슷하게 마무리하고 나면, 왠지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하다.
비싼 등록금 내면서 공부하겠다고 대학에 온 친구들인데 왜 공부할 시간이 없을까? 누군가는 또 “요즘 젊은 애들은”이라고 시작되는 철지난 애들 타령을 할지도 모르지만, 그건 아니라고 본다.
요즘 애들이 그 또래의 옛날 애들보다 훨씬 더 부지런하고 바쁘게 산다. 공부뿐만 아니라 패션도 알고 문화도 알고 해외여행도 가보고 외국어도 술술 나온다. 심지어 키도 크고 얼굴도 갸름하다. 어딜 보아도 옛날 젊은 애들보다 나으면 나았지 모자람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들은 항상 불안해하고 자신의 부족함을 타박한다. 하지만 과연 20대 젊은이들이 하는 무수한 고민들 중에 순전히 그들의 몫으로 돌릴 수 있는 게 얼마나 될까?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수업에 늦었어요.” 그래 그건 너의 몫이다. “썸녀가 내 친구와 사귀기로 했어요.” 그래 그건 너의 몫이다. “더 이상 집에 손 벌리기 미안해서 아르바이트라도 하려구요.” 음... “집에 대학생이 여러 명이라 장학금을 꼭 받아야 합니다.” 음...
“현장실습이라고 해서 갔는데 아무 일도 안 시키고 오히려 귀찮아해요.” “외국에서 살다 와서 영어 잘 하는 애들 보면 너무 부러워요.” “지방에서 와서 생활비가 너무 많이 들어요.” “9급 공무원 시험에 붙어서 학교를 자퇴해야합니다.” “반수를 하더라도 더 좋은 대학에 가려구요.” “차라리 지금 전문대라도 갈까요?”
얘들아. 단군이래 너희만큼 훌륭하고 성실한 젊은이들도 없었다. 열심히 잘 살고 있다. 단지 지금은 파도가 거세어서 앞으로 잘 나가지 않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너나, 나나 다 같이 엉켜있기는 매한가지이다. 차근히 한 올씩 풀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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