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은 사치, 우리 존재라도 알아줬으면” …‘낙동강 오리알’된 그 시절의 추억

“1994년 농구대잔치 연세대 우승!”
견고하기만 했던 실업팀의 장벽이 대학팀에게 무너졌다. 이는 한국 농구의 판도를 뒤집고 대학 스포츠의 전성기를 가져왔다. 대학 농구부 선수들은 말 그대로 ‘코트 위의 아이돌’이었다. 그들의 숙소 앞에는 ‘오빠부대’를 자처하는 소녀 팬들로, 경기장은 전국에서 모인 팬들의 환호성으로 가득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농구부터 핸드볼까지 대학 스포츠 리그가 야심차게 막을 올렸다. 그러나 선수들의 열정이 무색하게도 텅 빈 관중석에서 바라본 대학 스포츠는 무관심 속 허탈감만이 가득할 뿐,  소녀들의 함성도 대중의 관심도 없다.

 

대학 재정난에 둥지 잃은 체육특기생

2013년, 한양대는 “2015년부터 비인기 종목인 체조, 유도, 육상의 운동부 신입생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운동부 재학생, 학부형과 동문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고, 한양대는 운동부를 존속시키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우수 학생을 스카우트 하는 ‘체육특기자 제도’ 대신 수상실적, 면접 등을 고려하는 ‘재능우수자 제도’로 신입생을 선발하고, 장학금 및 기숙사 무료 지원 등 혜택을 축소한다고 밝혀 또 한 번 진통을 앓았다.
운동부 축소는 비단 한양대만의 일이 아니다. 반값등록금 시행으로 인한 대학 재정난과 취업률 등 구체적인 성과만으로 대학을 평가하는 정부 정책이 가속화됨에 따라 대학 운동부는 몇 년 전부터 구조조정 1순위 대상이 됐다.
이미 재정난을 겪고 있는 대학들이 등록금과 대회 출전 경비 등으로 1인당 연평균 수천만 원이 들어가는 운동부를 폐지하거나 축소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대학과 관련된 여러 정부 정책과 점차 감소하는 학생들의 관심이 맞물리면서 대학 운동부 해체 분위기가 계속해서 확산될 추세”라며 우려를 표했다.


아마추어, 무관심 속 그들만의 리그

프로 지명을 받은 고졸 선수들 중 대학 진학을 선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학에 진학하면 4년은 꼼짝없이 묶여 있어야하기 때문. 이로 인해 우수 선수들의 대부분이 입단을 선택하거나 프로로 직행하면서 대학 운동부는 우수 재원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대학리그의 아쉬운 경기력으로 증명됐고, 프로 리그와 대학 리그의 실력 차이는 고스란히 대학 스포츠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졌다. 언론 또한 서서히 대학스포츠에 등을 돌리면서 결국, 대학 스포츠는 소수의 관심사로 전락했다.
학업 및 취업준비 등으로 이미 대학 스포츠는 학생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또한 홍보 부족으로 인해 대학 스포츠 자체가 학생들이 ‘직접 찾아야 하는’ 구조가 되면서 대학스포츠와 학생들과의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늘날의 대학 스포츠가 ‘마니아층을 위한 스포츠’, ‘그들만의 리그’라는 평가를 면치 못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우리대학 농구부 서대성 감독은 “학생들의 응원에 따라 경기 분위기가 천지차이”라며 대학스포츠에서 학생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학생들, 대학 스포츠 위해 객체에서 주체로

대학스포츠를 활성화를 위해 최근 여러 대학에서 다양한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고려대의 ‘SPORTS KU’를 필두로 연세대 ‘SISBOOMBAH’, 한양대 ‘사자후’ 등 대학 스포츠 매거진이 제작되고 있다.
또한, 스포츠 마케터를 자처한 학생들은 경희대와 한양대의 마스코트가 모두 사자인 것에 착안해 두 대학의 농구시합을 ‘라이언더비’로, 단국대와 상명대가 호수 이름이 걸린 농구경기를 한다 해서 ‘호수전’이라 하는 등 전에 없던 라이벌 구조를 조성해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 자치 언론으로서 지속적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기엔 분명 한계가 있다.
지금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학생들의 관심이다. 대학의 주된 구성원인 학생들이 대학 스포츠에 보다 애정어린 응원을 보내준다면 다시 한 번대학 스포츠의 부흥을 기대해봐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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