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도 전체 학생들과의 만남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학생대표와의 정례적 만남은 고려할 수 있다.”
지난 8일, 한태식(보광) 총장이 학생과의 면담을 파기하며 한 말이다. 안드레(정치외교09) 총학생회장은 항의방문을 마치고 “단과대별 소통은 당연히 학교가 해야 하는 의무이며 종단개입 문제, 논문표절 논란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이야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첨예하게 대치하던 학교와 학생 간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은 대학 주요 부서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 탓이다. 3월 들어 학교 당국은 ‘이사 총사퇴’ 결의가 무색해질 만한 강경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대응 수위는 점차 도와 상식을 넘어서고 있다.
심지어 기자회견을 열어 “학생들이 학교 해명을 믿지 않아 수사를 통해 사실을 입증하겠다”며 학교 명의로 학생들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검찰이 명예훼손 입증을 위해 학생들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조사할 것이니, 그 결과를 통해 법적으로 해명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학내 구성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학생 고발은 결국 사실 입증보다 ‘처벌’에 목적이 있다.
홍보실의 행보는 더욱 심각하다. 본래 홍보실의 역할은 대학의 대내외 이미지 쇄신, 구성원들의 자긍심 고취와 화합을 도모하는 데 있다. 그러나 그들은 ‘총학, 고소 반발해 차에 총장 2시간 감금’, ‘도 넘은 총장면담 신청’ 제하의 보도자료를 통해 학생들의 행동을 ‘도 넘었다’고 표현하기에 이르렀다. 3월 28일 당시 총장의 차를 막아서던 일부 학생들이 차량에 올라서는 등 과격한 행동을 한 것은 사실이다. 분명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잘못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 하지만 배포된 자료에는 학생들의 입장이나 전후 사정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었다.
홍보실장은 이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에 있는 사실 그대로를 전했을 뿐이고, 교육적 차원에서도 용서받을 수 없는 행동”이라며 “학생들의 잘못된 행동을 우리가 기자들에게 감싸달라거나 보도하지 말라고 부탁해야 하느냐”고 답했다.
지금은 지속되는 학내 갈등을 매듭짓고 대학의 발전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홍보실장의 이 같은 답변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본연의 업무가 무엇인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거나, 오직 총장의 눈치만을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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