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생활에 스며든 정치, 미비한 참여로 아쉬움도 남아

우리는 정치를 우리의 삶과는 상관없는, 큰 범위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정치인들이 나오는 기사에서만 정치라는 단어를 볼 뿐이다. 그래서 정치에 대해 무관심하기도, 정치를 불신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 정치는 우리의 생활전반에 관련되어 있다. 정치는 서로 대립되는 의견을 조율하는 의사결정 과정,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결국 정치를 바꿀 수 있는 것도 정치다. 그 시작은 정치가 특별한 것이 아닌, 우리 삶 속에 있음을 깨닫는 것이다.

캠퍼스 안에서도 정치는 가까이 있다. 구성원들이 모여 집단의 문제에 관해 논의하고 그 과정에서 제도와 정책을 제안하거나 캠페인을 벌인다면 그 자체가 정치활동이다. 초등학교 시절, 학우들과 청소당번 배정 규칙을 논의하던 것이 학교 속 정치의 가장 기본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정치’라는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미디어 속에서 나오는 정치에 대한 괴리감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치는 생각보다 가까이 존재한다. 늘 우리 주변에, 심지어 학교 내에도 녹아있다.

학생들의 참여로 운영되는 생협

대학 내에서의 대표적인 정치집단은 대학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이다. 생협은 대학 내 구성원들이 자금을 출자하고 설립해 소유자가 학내 구성원인 비영리 공익법인이다.
생협의 주요 사항을 결정하기 위해 이사회에 참여하는 구성원의 의결권은 동등하다. 의결권이 1인 1표로 정해지므로 이사회에 참여한 학생들이 해당 사업이나 정책의 필요성과 구성원의 이해관계 조정 같은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실제 우리대학 생협은 현재 생협 이사회에 학부이사의 자격으로 학부생 4명이 참여하고, 감사위원 비율도 학부생이 교원·학교직원과 동등하게 선정된다. 이처럼 생협은 독특한 의사결정구조를 채택하여 사용하고 있다.
의사결정과정에 학생들이 참여함으로써 생협이 시중보다 낮은 가격에 물건을 공급하는데 일조할 수 있으며,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복지사업을 진행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우리대학 내에서도 매점, 카페, 식당, 서점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생협은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실제 학생복지 수준 높아져

대학 내의 정치집단은 생협 뿐만이 아니다. 각 과별, 단과대별 학생회 그리고 총학생회도 대학 내의 대표적인 정치집단이다. 학생회는 학생들을 대표해 학생의 요구를 학교에 전달하기도 하며 학생들의 복지 증진을 위해 여러 활동을 한다.
실제로 지난해 사회과학대 능금 학생열람실의 경우, 200여 명의 학생들의 요구가 사회과학대 학생회장을 통해 학교 측으로 전달되어 열람실이 24시간 개방된 적이 있다.
지난해 성사된 학생회 최고 의결기구인 학생총회 역시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여 학자요구안을 학교 측에 전달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영어강좌 우수 장학은 폐지되고, 강좌별 수석 장학제도가 신설됐다. 많은 학생들이 부담으로 느끼던 봉사시간 졸업요건 규정도 폐지됐다.
또한 학생회 간부 자격요건을 제한하는 등 학생자치활동에 개입한다는 비판을 받던 학생준칙도 학생회칙으로의 변경을 통해 학생자치활동이 보다 더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변화됐다.

참여는 권리이자 의무

지난해 9월 17일 열린 학생총회에서 안건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있다.

학생들을 위한 정책과 혜택을 제시하려 노력하는 제도와 기구가 구축되어있다 하더라도 학생들의 참여가 저조하다면 오히려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
실제로 투표율 미달로 인해 학생대표자 선출에 있어 재선거를 치르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대표성과 정당성 여부가 논란이 되기도 한다. 학생 복지를 위해 설립된 생협의 경우에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학생들이 복지를 누리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는 현저히 낮다. 생협은 최근 새로운 대학생 위원을 모집하려고 했으나 지원한 사람은 10명뿐이었다. 이에 대해 생협 대학생위원장 최하정(식품산업관리14) 양은 “학생들의 참여가 저조하다. 생협은 학생들의 복지를 위해 있는 곳인데 현재 학생들의 관심이 많이 부족한 듯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총학생회 역시 학생들의 참여율이 저조하기는 마찬가지다. 제48대 총학생회 홍보국장 강현주(정치외교13) 양은 “요즘은 학생들이 총학생회만이 아니라 과·단과대 학생회 모두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라며 “특히 일반 학우들이 총학생회에 대해서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인상을 받는 것 같다”고 그 이유를 분석했다. 실제로 매년 치러지는 총학생회 투표율은 50%를 겨우 넘기는 수준이다.
‘어떤 고양이도 쥐를 대변할 수 없다’는 말처럼 정치에서 개인의 참여는 중요하다. 바쁘다는 이유로, 잘 모른다는 이유로 외면한다면 아무것도 보호받지 못한다. 대학 내에서도 다르지 않다. 참여 정도에 따라 학생들이 누릴 수 있는 권리의 범위가 달라진다.
정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외면하기보다 생활 속 작은 정치부터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자신이 속한 집단의 운영에 참여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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