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에 빠진 20대, ‘제3자’에게 마음을 털어놓다

“요새 대학생들 고민이 다 비슷하지 않나요. 함부로 힘들다고 할 수가 없어요” 올해 4학년이 된 A양은 취업이 고민이다.
주변인들에게 ‘쉽게’ 고민을 털어놓지 못하는 것은 비단 A양의 문제만은 아니다. 실제로 우리대학 커뮤니티 사이트 ‘디연’에는 “털어놓을 곳이 없어 이곳에 얘기한다”며 개인적인 고민에 관한 글이 게시되곤 한다. 이처럼 사람들은 많은 것에 타인의 ‘도움’이나 ‘조언’을 필요로 하지만 고민이 사소하게 여겨지거나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을까하는 걱정에 결국 속으로 삭힌다.

공감과 위로, ‘제3자’ 찾아

이런 청년들은 이제 제3자에게로 발걸음을 옮긴다.
최근 MBC 무한도전 ‘나쁜 기억 지우개’ 편에서는 청년들의 다양한 고민을 들어주는 모습이 방영돼 공감을 이끌었다. 이처럼 ‘청년 고민’은 뜨거운 감자다.
지난 16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청년실업률이 12%를 넘으면서 취업난이 사상 최악인 만큼 청년들의 불안과 스트레스를 자아내는 요소로는 취업난·진로 고민이 주를 이뤘다. 그 밖에도 인간관계, 금전 등 제각각 다양한 고민이 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그들은 고민을 오로지 ‘홀로’ 짊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청년들은 지인들에 비해 ‘전문적으로 공감해주는’ 사람을 찾아 나섰다. 자신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거나 익명이 보장된 환경에서 고민거리를 털어놓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나’를 드러내기는 싫지만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은 듣고 싶은 심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실제 우리대학 학생상담센터에 따르면 2015년 우리대학 학생들의 개인상담 횟수는 약 1,000여건에 달한다.

해결 보단 “괜찮아” 한마디

그렇다면 왜 청년들은 ‘제3자’를 찾아 고민을 이야기하면서도 지인들에게 말하는 것에는 인색할까.
뮤직테라피연구소 이인서 소장은 “주변인에게 비교대상이 되고 역효과를 낳을까에 대한 두려움”도 이유 중 하나라며 “진실이 왜곡되기 쉬운 지금, 개인주의에 집착하면서 자신과 다르면 무시당하는 분위기 속에 차라리 자신을 감추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답했다.
상담센터 방문 수 증가는 사회적 분위기와도 연관 있다.
이 소장에 따르면 상담센터를 방문하는 청년들은 주로 “스스로에 대한 걱정, 불투명한 미래에서 오는 무기력함, 인간관계에서 오는 열등감 등 어려운 관계형성”같은 이유와 사례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 소장은 “아마도 고민의 노출을 꺼리기 때문에 비밀이 보장될 수 있는 기관을 찾는 것”이라며 “자기 개선의지가 있는 이들은 고민의 근본적 원인을 찾아 제대로 된 심리치료를 원함일 수도 있다”라고 예측했다.
그렇다면 청년들은 이곳에서 ‘해답’을 찾아가는 것일까.
이 소장은 “상담은 고민을 해결하는 것 보다는 에너지를 얻는 것”이라며 “이해와 수용으로 자신에게 심력을 주며 타인의 위로와 “괜찮아” 한마디가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연다”라고 말하며 상담에 대한 긍정적인 영향을 설명했다.
상담을 통해 고민의 ‘해답’을 찾지 못해도 좋다.
어쩌면 ‘해답’의 열쇠는 나만이 발견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처럼 ‘이야기를 들어줄 준비가 된’ 이들을 향해 마음의 창을 연다면 한 줄기의 빛이 들어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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