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교육부가 주도하는 각종의 학사구조 개편 유도 사업으로 인해 대학 내 갈등이 증폭되고 있어 우려스럽다. 그 가운데 취업률을 잣대로 대학의 구조조정을 강하게 요구하는 ‘산업 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 대학(프라임) 사업’이 논란의 핵심이다.
프라임 사업은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대학 전공별 인력수급전망’에서 인문·사회계열 학생이 31만8000명 초과 공급되는 반면 공학·의학은 21만9000명 부족할 것이라는 미스매치론에 근거한다.
교육부는 기업의 공학 전공자 요구를 주요 근간으로 하는 이 전망을 근거로 오는 2020년까지 초과 인력수요가 예상되는 공학 계열 등의 정원을 2만여 명 늘리는 반면, 공급 초과가 예상되는 인문·사회 분야 정원을 그만큼 줄이고자 하는 것이다.
공학계 학과 위주로 입학정원을 조정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프라임 사업은 기초학문분야의 통폐합, 특히 홀대받는 인문계열 학과를 고사의 위기로 내모는 정책일 수밖에 없어 논란이 된다.
가중될 취업난을 고려하면 인력 수요에 대비하지 못하는 학사운영은 분명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렇더라도 지금처럼 총 6천억 원에 달하는 돈주머니를 가지고 대학의 구조조정을 몰아붙이는 방법은 부작용만 우려될 뿐이다. 더욱이 대학입학정원의 1%도 안 되는 정원 이동으로 대학 전체 인재양성 구조를 바꾸어 보겠단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공계 육성 지원책은 다양하게 진행돼 왔다. 그럼에도 미스매치의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는 기존의 지원책들이 많은 변수를 안고 급변하는 시장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또 다시 불확실한 장기 예측을 대학에 끼워 맞추려고 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예상되는 심각한 실업 문제는 주로 정부와 기업의 책임이지 대학만의 책임이 아니며, 취업 문제가 공학 전공자만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이런 점에서 프라임 사업은 정부의 책임을 대학에 떠넘기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있고, 사업 선정을 위한 평가 지표의 구성에서 총장직선제 폐지에 가점을 주는 것 등은 이 사업의 순수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대학의 교육이 시장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학이 산업요구를 수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또 있어야 한다. 그 한계야말로 대학이 존립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산업수요에만 맞추기 위해 기초학문영역을 붕괴시키는 대학은 대학이라 할 수 없고 취업연수기관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인문학 등의 기초학문은 오랜 시간을 거쳐서야 축적될 수 있고, 오직 대학만이 할 수 있다. 교육부는 세계적 기업들이 신규 인력들에 인문학적 소양을 더 많이 요구하는 까닭을 먼저 살펴야 한다.
우리나라 대학들이 가지고 있는 인문학 등의 기초학문 역량들의 토대 위에서 기술 신화를 싹틔울 수 있는 다양한 정책들을 펼쳐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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