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문장의 무게를 지고

집 앞에 작은 식당이 하나 있다. 어느 동네에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그런 평범한 식당이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식당이 맛집으로 방송에 소개됐다. 방송 후, 그 식당은 많은 사람들이 찾는 유명한 식당으로 바뀌었다. 물론 음식의 맛은 그대로다.

이처럼 말과 글은 힘이 세다. 특히나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언론의 힘은 강력함을 넘어 무섭기까지 하다. 언론은 평범한 식당을 특별한 맛집으로 만들기도 하고, 평범한 사람을 악인으로 만들기도 한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매우 그렇게 보여진다’와 ‘볼 수 있다’가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기자는 매번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수습기간을 되돌아보면 ‘과연 나는 신중했는가’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취재 전, 이미 마음속으로 사건의 결론을 내려버리는 경우가 많았고 그렇게 쓰인 글은 진실을 담기 힘들었다. 또 한 획의 글자로, 하나의 단어로, 한 줄의 문장으로 누군가는 무능한 교직원이 되기도 하고, 철없는 학생이 되기도 하는 상황이 많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습기간을 무사히 보냈던 것은 나의 기사로 더 좋은 학교를 만들 수 있다는 내 나름의 작은 사명 때문이었다. 실제로 내 기사로 인해 학내 문제가 알려지고 바뀌어 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전의 부담감이 다 씻겨 내려가는 듯 했다.

이문열 작가의 소설 ‘어둠의 그늘’에 이런 구절이 있다. ‘언론은 스스로 제 4부를 자처하고 특권을 행사하려 들지만 도대체 누구로부터 수권했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은 선거를 통해 나왔고 법관은 시험을 쳐서 그 자격을 얻었지만 언론은 뭐야? 자임에 불과하잖아. 그 힘은 오직 스스로 설정한 책임과 사명을 성실하게 수행하는데서 나올 뿐이야’

결국 내 기사에 대한 부담을 덜어낼 수 있는 방법은 스스로의 성실함뿐이다. 특별한 글재주가 없는 나는 남들보다 더 많이 뛰어다녀야 할지도 모른다.

어깨가 무겁다. 그러나 내가 더 좋은 학교를 만드는 힘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오늘도 발걸음을 옮긴다. 다시 시작이다.
김창용 기자 dragon645@dgu.edu

 

 
듣겠다, 지금을 후회하지 않게

잠들기 전에 이런저런 생각을 가장 많이 하는 것 같다. 그 중에서도 ‘만약에’라는 생각을. 그때 그랬다면 지금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하고 말이다.
최근에 이러한 호기심을 소재로 한 드라마 ‘시그널’이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있다. 과거의 사건을 바꾸면 현재의 이야기도 바뀐다는 내용이다. 이 드라마의 인기 요소 중의 하나는 많은 사람들이 ‘과거에 그랬다면 지금 어떨까’ 하는 궁금증을 갖고 후회를 하고 있어서 아닐까.
지금 내 선택이 미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는 몰라도, 지금 하지 않아서 나중에 ‘만약에 그 때 그랬다면’이란 상상의 고통을 겪고 싶지 않았다. 지금 하는 후회가 미래의 것보다 덜 아프다는 것을 아니까. 그런 마음으로 동대신문에 지원했다.
내가 좋아하는 술도 줄여야 할 테고, 글을 쓰기 위해 계속해서 생각을 정리해야 하는 힘든 일의 연속인 걸 알면서도. 하지만 학교에 다니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기자로서 가장 어려운 점은 서로의 입장이 다르지만, 틀리지는 않을 때 글을 쓰는 것이다. 나를 깊은 고민에 빠트린 수습 때 일이다. 학생들이 학교 행사로 불편을 겪는다는 제보를 받아 학교와 학생 측 모두를 취재했다.
두 입장 모두 이해가 됐고, 학교에서 학생들을 위해 조치를 취하는 것을 확인했다. 나는 고심 끝에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해답은 없다. 이것이 유일한 인생의 해답이다.” 거트루드 스타인의 시 ‘해답’의 한 구절처럼 정답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내가 글로 풀어야 하다니! 그럴 수 있다는 감사함과 동시에 엄청난 부담감을 느꼈다. 그때는 ‘수습이니까’라고 위로했지만 이제는 다르다.
정기자가 되는 지금, 해답이 없는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 지 고민할 때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빠짐없이, 진심을 다해 들으면서 그 방법을 찾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한다. 지금 아니면 평생 듣지 못할 비밀을 듣는 듯이.
박재현 기자 jhstimee@dg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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