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정 신문방송학과4
 “앗 뜨거!” 뜨거운 것을 만졌을 때 우리는 화들짝 놀라며 손을 뗀다. 그런데 이것은 뇌의 명령을 받은 행동이 아니다. 우리의 신체는 위협이 가해졌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뇌보다 가까운 척수에서 판단을 내린다. 이를 우리 몸을 지키기 위한 ‘무조건 반사’라 부른다. 마찬가지로 정신 역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을 갖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방어 기제’다. 외부 환경에 의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속이거나 상황을 다르게 해석한다. 방어 기제란 감정적 상처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방패인 것이다. 혹자는 정신적 방어기제를 나약한 자의 핑계와 엄살로 치부해 버린다. 하지만 이는 가혹한 현실의 반증이며, 상처받은 이들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절박한 수단이다.
현대 사회는 청년들에게 심각한 수준의 정신적 폭력을 가하고 있다. 과거 70-80년대만 하더라도 젊음과 성실함은 안정된 생활을 보장했다. 젊음이 곧 무기였고 성실히 일하면 결혼도 육아도 내 집 장만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며 전셋값은 폭등했고 물가는 치솟는데 일자리는 줄고 있다. 심지어 취업에는 보이지 않는 나이 제한선까지 있어 ‘적당한 나이’에 ‘적당한 곳’에 취업을 하지 못한 청년들은 당장 길을 잃고 만다. 창업으로 눈을 돌려도 매한가지다. 가진 것이라곤 젊음과 아이디어뿐인 청년들은 비싼 임대료와 인테리어비용 등의 초기 비용을 지불할 능력이 없다. 좁고 좁은 취업의 문과 냉랭한 창업 현실이 진정 개인의 노력 부족이며 정말 그들은 핑계를 늘어놓고 있는 것뿐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부모를 봉양해야 한다는 인식 역시 청년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90년대 베이비 붐 세대인 청년들은 ‘너는 걱정 말고 공부나 해’라는 소리를 듣고 자랐다. 장성한 자녀의 성공이 곧 노후대책이 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부모들은 자녀의 교육에 온 힘을 쏟았다. 닐슨코리아의 노후 대책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과반수인 53.2%가 국민 연금에 의존하고 있으며, 노후 대비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자녀 양육비 및 결혼 비용’ 항목이 43.8%로 1위를 차지했다.
따라서 ‘헬조선’, ‘흙수저’ 같은 유행어의 범람은 가혹한 현실에 대한 반증이라고 볼 수 있다. 안으로는 부모 부양에 대한 부담을, 밖으로는 취업에 대한 불안을 동시에 느끼며 청년들은 심한 압박을 받고 있다. 그들은 이러한 방어기제를 통해 나의 실패가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며 작은 위안을 얻는다.
청년들의 한숨과 자포자기 그리고 체념이 늘어갈수록 사회의 생산성과 활기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우선 취업에 대한 불안이 해소되어야 한다. 또한 그들이 실패했을 때 재도약을 지원하는 사회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안정된 사회 기반이 뒷받침 되고 실패에 대한 불안이 감소할 때 개인의 다양성을 꽃 피울 수 있는 사회가 될 것이다. 진화의 필수 요소가 종의 다양성이었던 것처럼, 청년들이 자유롭고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될 때 진정한 의미의 발전과 성장이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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