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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칼럼] 잊지 못할 스님, 법장

   
▲ 김용철 국어국문학과 61졸 /소설가
1996년 1월이니 거의 20년 전 일이다. 그 해 겨울 필자는 아내와 함께 결혼기념일을 맞아 수덕사 아래 도고온천에 쉬러가서 수덕사 주지스님이신 법장(法長)스님을 한 식당에서 만났다. 필자는 당시 동국학원(재단)의 사업부장 직에 있었고 법장스님은 우리 재단의 이사 중의 한 분이었지만 그런 소임을 떠나서 평범한 작가와 한 스님으로 평소에도 자별하게 지낸 터라 부담 없이 만난 셈이다. 스님과 나는 꽤 많은 곡차(?)를 나누게 되었고 곡차뿐만 아니라 솔직히 등심이니 새조개니 하는 육식도 함께 했다. 스님은 자신과 의기가 소통하는 사람이면 술이나 육식도 가리지 않고 잘 드시는 멋쟁이이시다. 그날 밤, 스님의 말씀 중에 아직도 내 기억에 생생한 한마디가 있다.
“나는 평생 저금통장 하나도 없이 삽니다. 그저 돈이 들어오면 내 이 장삼 소매에 받아 넣고, 또 누가 돈을 달라고 하면 내 판단에 의해서 이 소매에서 꺼내서 주고, 그래도 이 소매 속엔 거의 돈이 마를 날이 없어유. 참 묘 하쥬? 하하 그러니 돈은 불구부정이요, 부증불감이라!”
그 후에도 필자는 공 사간 가끔 스님을 뵌 적이 있었지만 2003년 2월 조계종 총무원장으로 취임하시던 취임식장에서 축하인사를 드린 뒤로는 일체 찾아뵙지를 않았는데 그만 2005년 가을, 64세를 일기로 심장병으로 입적하셨으니 결국 스님과의 만남은 취임식 그 날이 마지막이 되고 말았다.
스님은 다음 세 가지 면에서 다른 스님과는 다른 생각을 가진 자유인이시다.
 첫째, ‘돈’에서의 초탈이다. 아무리 스님이라고 해도 돈이 아깝지 않은 분은 드물 것이다. 그러나 스님은 결코 사람은 돈의 노예가 돼서는 아니 된다고 하는 확고한 신념을 가진 분이다.
둘째, 스님은 ‘몸’을 아끼지 않고 사신 분이다. 법장스님은 자신의 지병인 심장질환으로 타계하실 때까지 당신의 몸에 대해서 그리 애지중지 하신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생명나눔실천본부’를 만들어 그 이사장 노릇을 하실 정도로 중생의 아픔과 병고를 걱정하신 생불이었다.
셋째, 사찰에나 종단에 보탬이 된다면 승가의 법도를 다소 벗어나 속인 못지않게 현실에 대처할 수도 있다는 점 등의 초탈의식을 보여주신 생불이시다.
‘고통을 모으러 다니는 나그네’란 스님의 수상집에 실린 스님이 애송하던 다음의 시도 인상적이다.
즉, ‘나에게 바랑이 하나 있는데/ 입도 없고 밑도 없다./ 담아도 담아도 넘치지 않고/ 주어도 주어도 비지 않는다.’ ( 我有一鉢囊, 無口亦無底, 受受而不濫, 出出而不空 )
스님은 이렇게 자신의 배낭 속에 남의 고통은 담아 가고, 배낭 속에 든 행복은 고루 나누어 주시겠다고 일갈하신 것처럼 ‘부증불감’의 초탈의식과 불도의 제행무상이라는 진리를 실천한 분으로 안다.
스님이 가신지 이미 10년이 되었다. 이제 고통도 없고, 생사도 없는 열반에 드신 멋쟁이 스님, 총무원장의 소임이 끝나면 다시 수덕사로 찾아뵈려고 했는데 그만 그 자재자유 한 분이 너무 일찍 원적하셔서 해마다 가을이면 이 작은 불자의 가슴은 더 허전하기만 하다.

김용철  국어국문학과 61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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