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민규 반도체과학부 교수
매년 11월이 되면, 필자가 잘 알고 있는 반도체회사의 사장님으로부터 혹시 좋은 학생 있으면 취업시켜줄테니 추천해달라고 전화나 이메일이 온다.
벌써 15년째 똑같은 연락을 받고 있지만, 아직 우리 학생 중에 한 명도 그 회사에 취업시키지 못했다. 학생들에게 열심히 회사에 대해 소개했지만, 소규모의 회사인데다가 직장이 강원도에 있다는 이유로 단 한명의 학생도 그 회사에 간 적이 없다. 올해도 어김없이 사장님이 나를 찾아 왔지만, 아마 그 회사에 갈 학생은 없을 것 같다.
취업이 안 되는 학생들에게 그 회사를 추천해도,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가고 싶어 하지 처음부터 작은 기업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면서 학생들이 모두 거절해 왔다. 이런 얘기를 여러 번 사장님께 말씀드려 잘 알고 계시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올해도 방문했다고 쓴 웃음을 지으셨다.
중소기업이 망할 위험도 많지만, 기술, 영업, 재무, 경영 등 모든 것을 다 배울 수 있고 그것이 바탕이 되어 나중에 대기업으로도 갈 수 있는 데, 학생들이 그런 장점은 보지 않는 것 같다고 한탄을 하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장님은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웃으시면서 다른 학교 학생들을 만나러 가셨다. 사장님의 뒷모습을 보면서 우리 시대의 씁쓸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먹먹해진다. 어쩌다가 우리가 이렇게 되었을까?
한쪽에서는 일할 곳이 없다고 아우성치면서, 한쪽에서는 사람을 못 구해 안타까워하고 있다. 어디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무슨 이유로 이렇게 되었는지, 누구의 잘못인지 말하는 것도 이제는 진부한 얘기가 되었다. 다만, 그 존재감이 너무 작아 우리 눈에 보이지도 않지만,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우리가 일할 수 있도록 각자의 영역에서 열심히 일하고 계시는 사장님 같은 분들에게 모두 머리 숙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카지마 미유키라는 유명한 일본가수가 2000년에 발표한 地上の星(땅위의 별)라는 노래가 있다. 사람들은 하늘에 있는 별만 바라보며 쫓다가 얼음만 손에 쥐고, 땅위에 있는 별들은 아무도 찾지 않는다는 노래가사이다.
실제 우리는 땅위에 있는 별들을 아무도 바라보지 않는다. 작은 기업을 운영하는 사장님, 조그만 야채가게를 하는 아저씨, 김치찌개를 파는 식당의 아줌마, 우리 모두의 이웃이고 친척이건만 우리는 아무도 그들을 쳐다보지 않는다.
그 대신에 삼성전자,LG전자, 공무원, 이런 것들만 손에 잡으려고 애를 쓴다. 물론, 하늘의 별을 쫓으려는 그 마음도 충분히 이해는 가지만, 우리는 너무 위만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쉽지 않겠지만, 이제부터라도 조금만 생각을 바꾸어 땅위의 별들도 바라보았으면 한다.
작은 것이라도 소중하게 다루면서, 옆에 계신 우리의 이웃들과 함께 길을 가는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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