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이사진 구성에 조계종 개입 우려 … 총학 “총장 거취 문제 제기할 것”

▲ 지난 3일 오전 10시 경 김건중 부총학생회장(정치외교4)이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지난 3일 아침 10시. 새하얀 눈이 덮인 팔정도에 응급차가 도착했다.
단식 50일째의 일이었다. 결국 의식을 잃은 김건중 부총학생회장(정치외교4)을 후송하기 위해서다. 이 날은 지난 1년간 계속된 학내 갈등 해결에 열쇠를 쥐고 있는 이사회가 개최된 날이기도 했다.
김 부총학생회장의 후송을 눈앞에서 지켜본 최장훈 일반대학원 학생회장은 이후 잠적했다. 최장훈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이 일면 이사장 스님과 한태식(보광) 총장의 해임이 이뤄지지 않을 시 투신을 예고했기 때문에 학내는 비상이 걸렸다.

 

‘단식중단 조건’걸고 이사 전원 사퇴

최장훈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이 이사회 결과를 두고 투신을 예고한 가운데, 제297회 이사회는 일산병원에서 성원충족으로 개회됐다.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이사회는 6시간이 넘는 격론 끝에 이사 전원 사퇴라는 뜻밖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일면 이사장 스님은 “잘못한 것이 없으니 사퇴할 이유가 없다”고 끝까지 주장했다고 한다.
연일 언론에 공개된 학내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파악한 것일까. 이날 이사회에는 일면 이사장 스님을 포함해 성타, 심경, 삼보, 지홍, 호성, 미산스님과 안채란, 이연택, 김선근, 김기유 이사가 참여했다. 이사회는 “현 이사장을 포함한 모든 임원들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전원 사퇴하고자 한다”며 “단식과 농성 중인 학생ㆍ교수ㆍ직원ㆍ동문 등은 즉시 단식과 농성을 그만 두고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길 바라며 그러지 아니할 경우 전원 사퇴는 무효로 한다”고 결의했다.
그러나 이사회는 참석한 이사들의 한해 사퇴의사를 결의했으며 이마저도 ‘단식 농성을 중단할 시’라는 조건을 걸어 꺼림칙한 결정이라는 관측이 있다. 또한 사퇴를 결의한 이사들의 임기가 대부분 오는 12월로 만료됨에 따라 전원 사퇴라는 결정이 ‘일시적인 논란 잠재우기’라는 해석도 있다.
실제로 일면스님을 포함해 지홍스님, 호성스님을 제외한스님 이사 7명은 오는 12월로 임기가 만료된다. 안채란 개방이사의 경우에도 지난 3일 임기가 만료됐으며 사퇴 결의 시에 건강상 문제로 이사회장을 퇴장했고, 이후 개방이사 연임이 확정됐다.
새 국면을 맞아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으나 임기만료로 자연스레 이사회를 떠나야하는 것을 전원 사퇴라고 그럴듯하게 포장해 비난 여론을 잠시 불식시키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이다. 더불어 새 이사진 구성에 있어 종립대학 특성상 종립학교관리위원회의 추천, 조계종 중앙종회의 동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조계종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예견도 있다.

 

 

 

총학 당선자, “총장 사퇴 요구 할 것”

이사회가 개최된 후 한 시간 뒤, 본관 앞에는 수많은 취재진들이 모인 가운데 제48대 총학생회 준비위원회의 학생총회 요구안 계승 선포식이 이뤄졌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학생들은 총장 퇴진 구호를 외치며 학생 요구안을 전달하기 위해 본관진입을 시도했으나 제지당했다.
학교 측은 안드레(정치외교4) 제48대 총학생회장 당선자, 조성우(신문방송4) 부총학생회장 당선자 외에 어떤 외부인의 출입도 금했다. 이에 안드레 당선자는 “일산 동국대병원에서 열리고 있는 이사회로 인해 한태식(보광)총장을 대신해 허남결 비서실장에게 대신 요구안을 전달했다”고 밝히며 허 비서실장이 “현명한 판단을 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했다.
이날 전달한 학생총회 요구안에는 한태식(보광) 총장 사퇴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덧붙여 안드레 총학생회장 당선자는 “우리가 이렇게 싸우고 있다는 사실이 김건중과 최장훈, 그리고 죽어가는 동국대를 살릴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응원해준 학생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문과대 학과장 교수들, 단체 보직사퇴

학내 갈등이 극에 달하는 상황 속에서 문과대학 학과장 보직 교수들은 “책임자들의 책임 있는 행동과 실천을 기다린다”며 사표를 제출했다.
박광현(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 교수), 장시기(영어문학전공 교수), 박명관(영어통번역전공 교수), 김용기(일어일문학과 교수), 박영환(중어중문학과 교수), 노대환(사학과 교수), 유흔우(철학과 교수) 학과장들은 보직 사퇴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15일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의 주도 아래 조계종 총무원 권승들의 동국대학교 행정개입사태는 불법적인 보광 총장 선임과 일면 이사장 선임으로 1년 동안의 진통을 겪고 있다”며 “문과대 학과장 교수들은 이에 학과장직 사표를 제출하며 이런 사태로 치닫게 만든 교수들의 책임을 절감한다”고 전했다.

 

최장훈 회장, 밝은 얼굴로 돌아와

한편, 이사회 결과를 전해들은 최장훈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은 학교법인 박현식 총무부장의 이사회 결과 브리핑이 진행됐던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은 이사회 결과가 나오기까지 연락이 두절된 채 사라진 것을 두고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이사회장에서 붙잡히면 이에 안심한 일면스님이 무슨 꿍꿍이를 벌일지 몰라 일산 인근에 숨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학내 구성원들과 함께 학교가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서둘러 안건을 만들고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태식(보광) 총장이 사퇴하지 않는 것을 두고는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생각하지 않았지만 총장보다 권한이 위에 있는 이사들이 전원 사퇴했으므로 갈등을 수습하는 것이 훨씬 좋을 것”이라고 답했다.
안드레 제48대 총학생회장 당선자는 “추후 상황을 지켜보면서 계획을 세워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일면스님과 보광스님이 어떻게든 학교 운영에 개입할 여지가 있으니 계속 지켜보며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3일 기준으로 단식농성을 50일째 벌인 김건중 부총학생회장은 병원으로 후송된 이후 부모님, 친형과 함께 안정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각각 24일, 17일째 단식을 한 한만수 교수협의회장, 김윤길 대외협력담당관은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내 사태 완전히 해결된 것 아냐

지난해 종단의 총장선출과정 개입논란에서 비롯된 이번 학내 사태는 흥국사 탱화절도혐의를 받았던 일면 이사장 스님의 사퇴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됐다.
하지만 논문표절의혹을 받고 있는 한태식(보광) 총장의 사퇴가 여전히 이뤄지지 않았고, 새로운 이사진 구성에 있어 조계종의 힘을 간과할 수 없다는 관측이 제기돼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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