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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6.3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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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칼럼] 기득권자의 공화국

   
▲ 최봉석 / 법학과 교수 / 본사 논설위원

 지난 8월 소위 ‘이준용쇼크’라 불릴만한 급보가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언론에 전해졌다. 대림산업의 이준용 명예회장이 2천억이 넘는 자신의 재산 전부를 사회에 기부한다는 내용이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선 부친의 연명을 간절히 앙원(仰願)하며 삼성그룹의 후계구도를 완성하려는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소위 ‘형제의 난’이라 불리는 재벌후계자 싸움의 주인공인 롯데그룹 회장의 두 아들과 같은 이들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일지 모른다.
 대한항공의 땅콩회항사건이나 영화 베테랑의 배경이 된 재벌 3세의 폭행놀음에 익숙해있는 우리국민들은 소위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라는 말은 그 말이 외국어이듯이 그 내용 또한 외국에서나 있는 일로 받아들이고 있는 형편인 것 같다.
 ‘병역기피, 위장전입, 탈세’라는 소위 ‘청문회 3종 세트’는 공직후보자 인사청문회의 단골메뉴가 아니라 ‘사회지도층의 조건’으로 이해되기에 이른 것 같다. 이 ‘3종 세트’를 갖추지 못했다면 그는 이미 사회지도층의 자격이 없는 것으로 이해되는 웃지 못 할 촌극의 현장이 바로 ‘대한민국의 현재’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014년 헌법재판소는 현재의 국회의원선거구의 선거구별 인구편차가 너무 커서 ‘투표가치의 평등’에 위반된다며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다. 오는 12월 31일까지 선거구획정을 다시 하지 않으면 현행 선거구는 위헌이 되어 효력을 상실한다.
 하지만 지난 11월 12일 여야 간의 선거구조정협상은 결렬되고 말았다. 여당과 야당의 양보할 수 없는 철저한 손익계산의 결과였지만, 그 숨은 배경은 여당대표가 설파한 것과 같이 ‘끝내 합의가 안 되면 현행체제로 갈 수밖에 없다’는 현역의원의 기득권이 도사리고 있다.
 현행선거구 체제를 유지하면 현역 국회의원들의 총선준비에는 문제가 없지만, 정치신인들은 출마 할 지역구를 정할 수 없어서 선거운동을 할 수 없게 된다. 국회의원들의 위헌선거구방치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헌법도 판결도 무시할 수 있다는 뜻이라 해도 결코 과장이 아닐듯하다. 법률을 자기들이 안방에서 만들고 고치다 보니 ‘헌법이라고 별 수 있겠는가?’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 건 아닌지 모르겠다.
 헌법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시작된다. 그러나 오늘 우리의 대한민국은 과연 그런가? 혹시 국민이 체감하는 감성헌법에는 ‘민주’와 ‘국민’이라는 단어가 모두 ‘기득권자’ 혹은 ‘갑(甲)’으로 바뀌어있는 건 아닌지 모를 일이다.
 이제 곧 연말이다. 늘 그랬듯이 거리마다 ‘구세군 자선남비’의 종소리가 울리고, 세종로에는 ‘기부체온탑’이 설치될 것이다. 그곳을 찾는 우리네 이웃들의 가녀린 정성에 경의를 표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의 너무도 해맑은 선행에 가슴 애린 서글픔마저 가지게 된다.

최봉석  법학과 교수 / 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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