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호련(해주스님) / 불교학부 교수

 교정의 팔정도 중앙에 석가모니불이 모셔져 있다. 동국 가족들이 정각원과 대각전을 찾기도 하지만 교정을 오가며 더 많이 만나 뵙는 부처님은 팔정도 중앙에 서계시는 부처님이시다. 그리고 팔정도 불상 앞에서는 일 년 내 다양한 행사가 벌어진다. 부처님께 예경하고 절을 하기도 하지만, 부처님께 불경스럽게 보이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그러나 부처님은 언제나 말없이 미소 지으시며, 그 모든 것을 다 굽어보시고 늘 자애롭게 손을 내밀고 계신다. 대자대비(大慈大悲)하신 부처님이시다.
자비심은 살아있는 모든 것은 다 행복하게 하는 마음이다. 더 나아가 동국대 건학이념에도 보이듯이 자연에 이르기까지 모든 존재들에게도 다 미치는 지혜롭고 자애로운 마음이다. 자비는 절복(折伏)과 섭수(攝受)의 양면을 지니고 있다. 중생들이 나쁜 업을 짓지 않도록 해주는 절복과 중생들을 자애롭게 거두어주는 섭수가 다 자비의 양상인 것이다.
 이러한 절복과 섭수의 양 측면은 ‘화엄경’에서 선재(善財)라는 구법자가 만난 선지식중 무렴족왕과 대광왕에게서도 볼 수 있다. 두 왕은 모두 자신이 다스리는 나라의 백성들 가운데 나쁜 일을 저지르는 악한 이들을 악업에서 건져내는 방편을 쓰는데 그 양상은 전혀 상반되는 모습을 띄고 있는 것이다.
무염족왕은 죄를 지은 백성들에게 죄업에 따라 형벌을 가하여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려운 참상을 벌인다. 그 모습을 보고 선지식이 아닐 것이라고 의심을 갖는 선재에게, 무렴족왕은 죄인과 형벌은 다 환(幻)으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실제가 아닌 환으로 만든 것이지만 그 참혹한 모습을 보고 중생들이 죄업에 대한 두려운 마음을 내어 죄를 짓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한다.
 무렴족왕은 개미 한 마리도 괴롭게 하려는 생각이 없다면서, 사람은 모든 선법을 내는 복밭(福田)이라고 하였다.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것이다. 반면 대광왕은 중생들에게 인자한 마음으로 다가가서 수순하여 그들로 하여금 악한 마음을 소멸케 해주는 것이다. 대광왕은 장엄한 묘광성 궁궐에서 선재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이 묘광성에 있는 중생들 중에 어떤 이는 이 성이 좁다고 보고 어떤 이는 이 성이 넓다고 보며, 어떤 이는 흙으로 담을 쌓은 것이라 보기도 하고 어떤 이는 보배로 담을 쌓은 것으로 보기도 한다. 어떤 이는 이 성이 보배로 장엄하였다고 보기도 하고 어떤 이는 이 성이 더럽다고 보기도 한다.
 이 말은 일체가 자기 마음이 투사된 것임을 가르쳐 보인 것이라 하겠다.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든 것이다. 이처럼 선지식들도 환과 같은 자비와 지혜로 환과 같은 중생을 제도하며, 모든 것은 다 자기 마음이 만든 것임을 확연히 보고 중생을 수순한다. 학교 내외에서 벌어지고 있는 숱한 갈등 문제 또한 이러한 절복과 섭수의 자비로 원만히 해결되기 바란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