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용국 시인
 그야말로 긍정의 시대다. 모든 자기 계발서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긍정의 철학을 외치고 있다. 성공을 위해서는 긍정적인 생각을 계발해야 하며, 그렇지 못하면 이 경쟁사회에서 낙오될 것이라고 위협적으로 외치고 있다. 마치 7·80년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하면 된다” 정신의 재판을 보는 듯하다.
이런 긍정의 철학이 횡행하는 이유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가 야기한 삶의 불안정성에서 기인한다.
한편으로는 이 세계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의 결여에서 기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어차피 세계는 변하지 않는다. 여기서 살아가려면 당신들의 생각을 바꿔야 한다. 옷을 몸에 맞출 수 없으니, 몸을 옷에 맞추라’는 것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세계에는 차별이 존재하고, 인생에는 부침이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불행한 일을 당했을 때 불행을 극복하게 하는 힘이 되고,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상황과 처지가 너무 힘들 때는, 정말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일밖에는 할 수 없을 때조차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힘은 어쩌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사회를 휩쓸고 있는 긍정의 철학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약이 아니라 도리어 병에 가깝다. 경쟁에서 패하는 즉시 그것은 누구의 탓도 아닌 ‘내 탓’이 되어버린다. 경쟁에서 승리한 사람들은, 패배한 사람들이 최소의 사회적 안전망을 요구할 때조차, 낙오한 자의 ‘남 탓’으로 치부해 버린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는 끊임없이 승리해야 하고, 승리하기 위해 자신을 채찍질해야 하고, 미친듯이 ‘할 수 있다’를 외쳐야만 한다.
 그야말로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병을 주사하는 격이다. 메기효과라는 게 있다. 미꾸라지가 담긴 수조에 천적인 메기 한 마리를 넣으면 미꾸라지들이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도망 다니면서 더 건강해진다는 이야기다.  그럴 듯한 이야기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끔찍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미꾸라지를 건강하게 하려면, 수조를 넓혀주고, 활동하기에 적절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올바른 해결책이다.
 우리가 신봉하는 긍정의 철학이, 오로지 승리한 사람이 되기위한, 이기적인 목적에만 치우쳐 있는 것은 아 닌지 반성해야 한다. 속도가 문제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한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경쟁에서 승리한 사람이 패배한 사람을 돌아보고, 그의 노력 또한 인정하며, 더불어 살고자하는 공존의 철학이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자비와 긍정의 참된 의미는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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