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석초등학교 주변 접근 ‘차단’ … 이사 퇴장시 시위대에 막히자 ‘버스’동원

 
 지난 14일 새벽 5시, 미래를 여는 동국 공동추진위원회(총학생회,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소속 학생들이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은석초등학교 앞에 모였다. 일면 이사장 스님의 이사 연임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들이 마주한 것은 경찰과 용역들이었다. 이사회장을 점거하려는 학생들과 용역단체 사이에는 큰 마찰이 빚어졌다. 출입구를 지키는 경찰, 용역, 직원과 이사회를 막으려는 학생들이 충돌하며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오전 9시, 학생들이 ‘일면스님 이사 연임 반대’ 기자회견을 시작하자 일면 이사장 스님을 지지하는 스님들의 집회도 동시에 시작됐다. 최광백(행정4) 총학생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왜 한 가족끼리 분열돼서 싸워야하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같은 가족이지 않느냐”며 안타까워했다. 무기한 단식 중인 김건중(정치외교4) 부총학생회장을 생각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잇단 학생과 교수의 발언에 기자회견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김건중 부총학생회장은 “조금 더 길어질 이 싸움을 힘차고 즐겁게 했으면 좋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단식 농성 중인 그는 힘에 부쳐 주차된 차에 기대어 발언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김 부회장은 “학생들이 누군가의 부탁이나 사주를 받고 이 자리에 나와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만 알아달라”고 전했다.
 이사회가 끝나고 이사들은 신경전 끝에 은석초등학교 버스를 타고 정문을 통해 떠났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과 또 한 번의 마찰이 빚어졌다. 학생들은 버스를 몸으로 막거나 자리에 드러눕기도 하며 “어떻게 스님들이 이럴 수가 있냐”고 울부짖었다.
 김건중 부총학생회장은 일면 이사장 스님의 이사 연임 소식을 듣고 통곡하다 탈진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최광백 회장은 “이사 선임에 대해 인정하지 않겠다”며 끝까지 싸우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끝없이 이어지는 이사 자격 논란

일면 이사장 스님은 지난 9월 8일 열린 조계종 중앙종회 제203회 임시회에서 차기 이사 후보자로 추천받지 못한 바 있다.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이사회는 이사 정원이 13명으로, 9명의 스님 이사와 4명의 재가불자인 개방형 이사로 구성돼야 한다. 차기 이사 후보자들은 종립학교관리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조계종 중앙종회의 동의를 거쳐 이사회에서 선임이 결정된다.
그러나 이사회 결과는 달랐다. 이사회는 재적이사 11명 중 10명의 성원을 이룬 가운데 일면, 성타, 수불, 보광스님을 이사로 선출했다. 이사장 선출 안건은 유보됐다.
이전부터 흥국사 탱화절도 의혹을 받아온 일면 이사장 스님의 이사 선임에 대한 자격 논란이 이어져 왔다. 이에 일면 이사장 스님은 오는 25일 ‘100인 대중공사’에서 탱화절도 의혹을 해명하겠다고 밝혔으나 비난의 목소리는 계속됐다.

 

이번 결정은 종립학교 상징 훼손

중앙종회 결정을 무시한 채 이사 선출 안건을 다루고 일면 이사장 스님을 이사로 선출한 것에 대해 “이렇게 중앙종회의 결정을 무시하는 행위는 곧 불교 종립대학의 상징마저 무시하는 해교행위가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이에 학교 측은 “이사장 임기 2개월 전 내에 후임자를 선출해야 한다는 정관에 의해 이사회를 개최했다”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우리대학은 작년부터 이사장 선출과 총장 선출을 둘러싸고 학내 갈등이 끊이질 않고 있다. 현재 김건중 부총학생회장은 한 달 넘게 무기한 단식 농성을 지속하고 있다. 동조 단식에 참여하며 김 부회장을 응원하는 학생들도 있다.
일면 스님의 이사장 선임에 반대하는 것은 비단 학생만이 아니다. 지난 10일에는 한만수(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 교수) 교수협의회장과 김준(멀티미디어학과 교수) 비대위원도 일면 이사장 스님의 연임 반대를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을 시작했다.
한 교수는 “단식은 약자가 최후로 쓸 수 있는 최대로 강한 무기”라며 “우리의 말을 들어줄 때까지 굶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학교는 재단, 교수, 학생 3주체가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지금은 재단이 주인을 하려고 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지난 16일 직원으로는 처음으로 김윤길 대외협력담당관도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김윤길 담당관은 “동국대가 제대로 된 종립학교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일면 스님이 사퇴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교수 9명만 일면스님 연임 ‘긍정’

한편 교수협의회는 일면 이사장 스님 이사 재선임에 대해 재직교수 31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현 일면 이사장 스님의 연임이 대학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 181명 중 △바람직하다=4.9%(9명) △바람직하지 않다=62.9%(114명) △무응답=32%(58명)로 부정적 여론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재단 이사의 도덕성에 관해서도 불만족한다는 의견이 69%(125명)로 다수를 차지했다.

 

총장, 단식학생 불러 “총장 계속 할 것”

지난 19일 오후 4시, 본관 로터스홀에서 한태식(보광) 총장과 학생들과 면담하는 자리를 가졌다. 학내 구성원들의 단식 농성과 “대화를 하자”는 학생들의 목소리에도 묵묵부답을 유지하던 학교가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처음 반응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한 총장은 학생들에게 “총장직을 계속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지금도 학생, 교수, 교직원을 포함한 4명이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사장 선출 안건 상정 가능성이 있는 다음 이사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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