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2019.12.3 19:33

동대신문

상단여백
HOME 문화 여행
김현석의 행복을 찾아 떠난 세계여행 <19> 페루숨겨진 도시 마추픽추, 그 얼굴을 마주하다

 

 중학교 시절, 친구들과 경주로 향하던 수학여행이 생각난다. 뜨거운 땡볕 아래서 첨성대를 보고 구불구불 산길을 달려 불국사와 석굴암을 견학했다. 그 당시에는 다 그렇듯이 유적지보단 친구들과 장난치는 것이 더 재미있었던, 그런 때가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대학생이 되었고 동기 친구와 둘이서 내일로 여행을 떠났는데, 그때 경주를 또다시 방문하게 되었다. 어릴 적 보았던 경주의 모습과 그때의 모습은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였지만 유적지들을 둘러보았을 때 많은 것이 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로 유적지를 바라보는 내 마음이 달라졌었다. 어릴 적에는 전혀 관심을 끌지 못했던 벽돌, 그림 하나하나가 시선을 끌었고 구불구불 산길을 올라 바라 본 석굴암은 그 신비로운 모습과 슬픈 역사로 마음 깊숙이 애틋한 감정을 심어주었다.

 

쿠스코행 버스의 ‘분노의 질주’

볼리비아의 험준한 산맥을 넘어 페루와의 국경에 다다랐고 육로 출입국 절차를 밟은 뒤 페루에 입성하니 또다시 험준한 산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볼리비아와 페루의 산길은 참 험난하다. 지금까지 오랜 여행을 해오면서 특이한 지형과 많은 이동수단을 겪어봤지만, 페루와 볼리비아에서의 이동은 쉽게 경험하지 못할 특별함을 선물해준다.
페루 쿠스코로 향하는 길은 이 세상에 붙어있는 내 목숨 끈이 얼마나 가늘고 약한지를 직접 느낄 수 있는 구간이다. 쿠스코는 해발 3,300m에 있는 고산 도시, 그곳을 가기 위한 구불구불 산길을 버스는 체감 시속 300km의 속도로 달린다. 버스 내부 전광판에 뜨는 속도는 70 ~ 100km 내외, 하지만 2층 제일 앞자리에 앉아있는 내 눈엔 마치 청룡열차를 타는 듯한 기분이 들어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꼬불꼬불 산길을 한밤중에 달리는데 길에 가로등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반대편에서 오는 차량의 불빛과 엄청난 속도로 달리고 있는 내 버스의 불빛만이 이 칠흑 같은 산속의 어둠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정말 무서운 것은 따로 있다.
바로 앞지르기, 분명히 불빛이 없는 도로이고 추락 방지용 울타리 하나 없는 구불구불 커브 길인데 계속해서 앞지르기를 시도한다. 직선 도로에서 앞지르기를 해도 위험한 곳인데, 커브 길에서 미친 듯이 앞지르기를 시도한다. 이 구간은 직선 길보다 커브 길이 훨씬 더 많다. 실제로 페루에서는 버스 사고가 자주 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특별한 것을 보기 위한 특별한 고생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분노의 질주 버스를 타고 와서 그런가, 눈에 보이는 쿠스코의 전경이 천국을 닮아 있었다.
고산지대에 위치한 도시여서 그런지 하늘의 구름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었고 구름의 모양도 뭉게뭉게 펼쳐져 있어 하늘이 참 아름다웠다. 아마 분노의 질주 버스 덕분에 살아있음에 감사함을 느껴 세상이 더 아름답게 보였을 수도 있다.
이렇게 힘겹게 도착한 쿠스코에서도 꿈의 도시 마추픽추까지는 또 하나의 관문이 더 남아있다. 바로 쉽지 않은 이동 구간, 쿠스코까지 달려오는 길도 험난했지만, 쿠스코에서 마추픽추로 올라가는 길 또한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다. 특히 패키지를 통해 여행하는 것을 싫어해서 이동 수단부터 시간까지 하나하나 다 예약을 해야 했다.
남미 여행의 경우는 좋은 자연경관도 많고 볼거리도 참 많지만, 이를 보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나 더 특별한 것을 보려 할수록 더 특별하게 고생해야 하는 게 남미 여행인 것 같다.

 

마추픽추, 그 속살을 드러내다

버스를 타고 기차로 갈아타고 다시 버스를 타고 결국 이동시간만 약 10시간이 걸려 마추픽추 아랫마을에 도착했다. 다음날 동이 트기 전부터 일어나 제일 먼저 마추픽추에 올랐지만,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산 정상에 오르기 전에는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정상에 오른 뒤에도 짙은 안개에 숨어 쉽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곳. 이곳을 처음 발견했을 때의 전율을 지금 후세의 사람들도 비슷하게 느낄 수 있는 이유는, 누구에게나 쉽게 모습을 내보이지 않는 마추픽추의 도도함 때문일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자 서서히 안개가 걷히고 마추픽추가 드디어 제 모습을 드러낸다. 확실히 안갯속에 가려져 있다 서서히 나타나서 그런지 그 신비함이 배가 된다. 언제 그랬냐는 듯 마추픽추는 환하게 빛이 나고 있었고 안개를 걷어낸 해님은 하늘 높이 떠 돌멩이 하나하나까지 다 비춰주고 있었다.
마추픽추를 보면서 떠오른 생각은 우리네의 석굴암과 참 많은 부분이 닮아있다는 것이었다. 내일로 여행 중에 만나게 된 석굴암의 모습은 시각적인 놀라움보다도 옛사람들이 어떻게 이 깊은 산 속까지 돌들을 옮겨 왔으며 또 일본인들에 의해 훼손당한 역사적 슬픔에 마음이 먹먹해져 그 존재 자체만으로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마추픽추 또한 마찬가지였다. 현시대의 교통으로도 마추픽추를 찾아가려면 최소 1박 2일은 족히 걸리는데, 그 옛날 어떻게 저 깊은 산 속까지 찾아갔으며 또 그 높은 산 정상에 만들어진 체계적인 하수도 설계부터 시작해 마치 신이 칼로 잘라낸 듯이 반듯한 돌들로 쌓아올린 도시의 신비함에 수없이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이렇듯 마추픽추는 눈으로만 보는 도시가 아닌 마음과 상상력으로 바라볼 때 더 빛을 발하게 되는 곳이다. 언젠가 이곳을 방문할 사람이라면, 꼭 역사적 배경 지식과 풍부한 상상력을 가지고 찾아가길 바란다.
 

 

번외편 - 태양의 섬

페루와 볼리비아의 국경에는 Isla del sol, 즉 태양의 섬이라는 곳이 존재한다. 이 두 나라의 이동편이 너무 고달프기 때문에 쉬고 가기 위해 사람들이 들리는 곳인데, 만약 누군가 나에게 돈을 주면서 그동안 다녀온 곳들 중 한 곳을 선택해 떠날 수 있게 해준다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곳 태양의 섬으로 보내 달라 할 것이다.
태양의 섬은 세상에서 가장 고요한 곳이다. 자동차가 다니지도 않고 오토바이도 없어서 시끄러운 경적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그저 가끔 들려오는 섬과 육지를 이어주는 배의 모터 소리가 전부이다. 깊은 정적 속에 내 몸을 숨길 수 있는 곳이다.
지대가 워낙 높은 곳이라 하늘은 어찌나 가까운지, 그래서 달은 또 얼마나 큼지막하며 별은 왜 이렇게 많은지, 세상과 단절된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 태양의 섬이다. 만약 페루와 볼리비아를 갈 기회가 생긴다면 꼭 이 태양의 섬에서 1박 이상을 해보길 권장한다. 사람들은 그 매력을 잘 모르고 반나절만 둘러보고 떠난다. 하지만 1박을 해본 사람들은 절대 쉽게 떠나지 못하는 곳이 이곳 태양의 섬이다.

김현석  생명과학전공15졸

<저작권자 © 동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